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생방송에서도 활개 치는 '디도스'…e스포츠 "이러다 다 죽어"

공유
0

생방송에서도 활개 치는 '디도스'…e스포츠 "이러다 다 죽어"

LCK, 연이은 디도스에 무 관중 경기·녹화 방송 개시
시청자 수 25% '뚝'…현장 행사 불발에 스폰서십 악재
인방 플랫폼까지 '사이버 공격'…"수사기관 협조 절실"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국내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생방송이 연달아 중단됐다. 사진=벡티지(Vecteezy)이미지 확대보기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국내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생방송이 연달아 중단됐다. 사진=벡티지(Vecteezy)

"e스포츠 경기 방해 받고 현장 입장이 중단된 건 표면적 문제일 뿐이다. 가뜩이나 경영난이 삼한 사업에 e스포츠 볼 이유가 없어진 관객들이 떠나고, 그들을 잠재 고객으로 바라보던 스폰서 파트너들도 떠나면 어떻게 되겠나. 범인 못 잡은 채 몇 개월 지났다간 e스포츠 업계 전체가 말라 죽을 판이다."

한 e스포츠 업계 관계자가 최근 연이어 디도스(DDoS, 분산형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인한 경기 중단을 겪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 줄여서 LCK에 관해 한 말이다.

LCK는 2월 2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라이브 방송 중인 경기가 수차례 네트워크 문제로 중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LCK 사무국은 "지속적으로 디도스에 의해 의심되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 두 경기의 입장권을 전액 환불 조치했다.

이후 LCK 경기들은 무관중 형태로 게임을 진행, 이를 사후 방송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도 당초 평일 오후 5시, 주말 오후 3시에서 각 4시간씩 늦춰져 평일 9시, 주말 7시로 늦춰졌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생방송이 기본적인 e스포츠, 나아가 프로 스포츠 전반에 있어 전례를 찾기 힘든 상황으로 과거 '스타크래프트' 종목부터 e스포츠 진행을 맡아온 전용준 캐스터도 "20년 넘게 중계를 해오며 이런 초유의 사태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다.

2024년 2월 28일 LCK 경기가 열린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LOL파크 현장 전경. 사진=LCK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2월 28일 LCK 경기가 열린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LOL파크 현장 전경. 사진=LCK 공식 유튜브 채널

디도스와 이로 인한 녹화 중계는 시청자 수에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디도스 사태 직전인 24일 경기(T1 대 KT, 젠지 대 피어엑스)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최다 동시 시청자 수는 24만65명이었다.

반면 일주일 뒤인 3월 2일 경기(광동 대 농심, T1 대 브리온)는 17만8683명으로 전주 대비 25.5% 줄었다. 1주 전 T1과 KT의 통신사 라이벌 매치가 있었음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차이다.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손실이다. 당장의 입장권 수익은 물론, 각 팀이 관중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팬 미팅 역시 전면 중단됐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각 구단들이 모기업이나 스폰서사들과 계약한 내용 중에는 팬 미팅 등 현장 행사 관련 협력이 포함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관중 경기가 오래된다면 이들 역시 진행할 수 없을테니 보이는 것 이상의 심각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디도스를 비롯한 사이버 공격은 LCK를 넘어 e스포츠 업계, 나아가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치지직이나 아프리카TV 등에선 지난해 말부터 스트리머들이 게임 방송 중 접속 지연, 서버 다운 등 문제를 겪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디도스 공격에 따른 현상으로 짐작된다.

LOL 스트리머들은 물론 '펍지: 배틀그라운드'나 '로스트아크' 등 국산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던 이들도 이러한 피해를 겪고 있다. LOL 외 e스포츠 공식 대회들이 디도스에 노출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셈이다.

2월 25일 LOL파크를 찾은 관중이 경기가 장기간 중단되자 이에 관한 치어풀(응원판)을 작성한 모습. 사진=LCK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2월 25일 LOL파크를 찾은 관중이 경기가 장기간 중단되자 이에 관한 치어풀(응원판)을 작성한 모습. 사진=LCK 공식 유튜브 채널

유튜브에서만 20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e스포츠 방송까지 디도스의 마수가 뻗친 가운데 게임 개발사, 플랫폼사들은 대체로 "기업 단위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LCK 사무국은 디도스 공격에 관한 입장문에서 "최선을 다해 대책을 세웠음에도 계속해서 바뀌는 공격 패턴, 방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사 직원은 "사이버 공격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역공 등 능동적인 해결책은 결국 기업들이 스스로 해커가 되는 꼴이니 선택하기 어렵다"며 "공격에 즉각 대응하는 한 편 사이버 수사국 등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게 그나마 최선의 해결책인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디도스 사태의 범인이 빠르게 특정, 체포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치안전망 2023'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이버 범죄 검거율은 62.4%로 전년 대비 1.3%p, 2020년에 비하면 5.1%p 감소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디도스를 비롯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신고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돼 수사기관에서도 쉽게 착수하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올 초부터 시작된 스트리머 개개인의 피해와 달리 LCK라는 큰 리그가 표적이 된 만큼, 수사기관의 입장도 조금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