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부회장 롯데그룹 지분 지속 매집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 후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황태자’는 누가 뭐래도 신동빈 회장이었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여름부터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바로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때부터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며 형제 간 지분경쟁이 정점을 치닫게 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형제 간 지분 매입 경쟁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신동빈 회장의 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으로부터 시작된다. 2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2013년 1월, 롯데푸드 지분 1.96%를 사들이더니 5월에는 롯데케미칼 주식 6만2200주를 매입했다. 또한 같은 해 6월에도 신 회장은 현재 신동주 부회장과 지분 관련 ‘국지전’을 치르고 있는 롯데제과 주식 6500주와 롯데칠성 주식 7580주를 잇달아 사들였다. 신 회장의 계열사 주식 쇼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롯데의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9일부터 13일까지 총 100만주를 사들여 1.49% 지분을 확보했다. 그러자 형인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신 부회장은 가장 최근인 지난달 15일과 16일 사이 롯데제과 주식 570주를 매입했다. 앞서 신 부회장은 지난 4월25일에도 롯데제과 주식 550주 가량을 사들인 바 있다. 이러한 신 부회장의 한국 내 롯데 계열사 지분 매집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화됐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을 잇달아 사들였다. 올들어서도 신 부회장은 동생에 뒤질세라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롯데제과 주식을 지속 매입하고 있다. 그 횟수도 숨가쁠 정도다. 그만큼 신 부회장은 최근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 간 지분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 이른바 ‘왕자의 난’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형제 간 지분경쟁의 ‘진원지’이자 격전장인 롯데제과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5.34%, 신동주 부회장이 3.85%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신 부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한 롯데칠성은 신동빈 회장이 5.71%를 보유한 반면 신 부회장은 2.83%로 동생에 비해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롯데푸드 등 다른 계열사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롯데푸드의 경우 두 형제가 모두 1.96%를 보유해 ‘동률’이고 ‘유통 DNA’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로 대동소이하다. 얼핏 봐선 롯데의 황태자가 누구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부분에서 신 부회장이 최근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신 부회장의 이 같은 지분매입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암묵적이기는 하지만 두 형제의 아버지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이전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경영하도록 지침을 내린만큼 어느 정도 '후계 로드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 부회장의 최근 지분매입이 경영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홀딩스(일본)-호텔롯데-롯데쇼핑으로 짜여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 구조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에 비춰 신동주 부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이 상당한 롯제제과를 통해 그룹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롯데제과 지분 8.69%를 보유한 롯데장학재단에도 주목하는 견해도 상존하고 있다.
그래도 핵심은 30여 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보유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롯데쇼핑이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 역시 신 회장과 신 부회장 간 지분경쟁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 말고도 롯데그룹 ‘왕자의 난’을 결정할 하나가 바로 지분 외에 그룹 장악력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지난 1월 말 단행된 롯데그룹 인사다.
지난 1월28일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황각규 실장을 그룹 정책본부를 총괄하는 운영실장으로 기용하는 등 세대 교체 성격의 총 214명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 회장이 인사권을 쥐고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번에 운영실장에 기용된 황 실장은 이전까지 그룹 정책본부 국제부 시장으로 있으면서 M&A 등 전략 등에 깊숙이 간여해온 그룹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이는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를 총괄하며 최근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만 높였을 뿐 영향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물론 신 부회장도 일본롯데를 거쳐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한국롯데 계열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바 있지만 주로 일본롯데의 경영을 맡아 왔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이 최근 아버지 신격호 총괄 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를 진두지휘하는 것에 비춰 사실상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신 회장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 회장은 ‘대관식’만 남겨놓은 상태나 다름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 부회장이 최근 한국롯데 계열사에 대한 지분 매집을 계속 하고 있는 배경에는 아버지 신 회장의 암묵적 승인이 있었지 않았겠냐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신 회장으로 일단락된 걸로 보였던 롯데그룹 후계 구도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롯데그룹의 후계 경쟁이 신동빈 회장으로 일단락된 게 아니라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에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계열사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이처럼 롯데그룹 후계구도와 관련 최근 두 형제 간 지분 매입 경쟁이 ‘왕자의 난’에 비유되는 등 여러 가지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롯데의 후계구도는 ‘안갯속’ 국면으로 빠질 조짐이다.
이에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시계가 ‘0’으로 돌아간 것이라면 두 형제가 맡고 있는 사업에서의 실적과 그룹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 등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일련의 일들이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개인적인 투자 개념인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