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반도체 칩 공급의 해외 의존도를 낮춘다는 명목으로 미국 기업들에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칩스법은 미국 경쟁법(COMPETE Act)의 관련 규정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 재정 소요가 많이 들고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던 그 법안은 이후 폐기되었다.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그 법안이 제대로 된 것은 바로 이민정책으로,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이공계(STEM) 분야 박사 학위를 가진 외국인들에게 유리한 비자 정책을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번 칩스법은 미국이 그런 정책들로 한꺼번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시기인데도 관련 조항들이 빠져 있다.
미국 언론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의 브렌던 보델론는 "미국 소재 반도체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이공계(STEM) 박사학위자나 석사학위자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부분의 해외 경쟁국들보다 STEM학위 취득자 수가 더 적다"고 덧붙였다.
미국 채용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에이트폴드는 미국이 필수 반도체 생산량을 충족하려면 2025년까지 18~20개의 반도체 제조 시설(팹)과 7만~9만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완전한 반도체 자립을 위해선 74~80개의 팹과 총 30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미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대만 TSMC는 올 9월 애리조나에 새 반도체 제조 공장을 열 계획이었으나 부분적으로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가동 시기를 6개월 연기해야 했다.
미 정부회계감사원(GAO)이 설문조사한 반도체 전문가 17명 전원이 인력양성 정책 시행의 필요성에 주목했고, 구체적으로 이민 개혁을 건의한 사람도 많았다.
미국 대학에서 STEM 분야에서 교육을 받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국 내 체류를 허용하는 것은 반도체 회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외신은 1990년 이후 반도체 생산 관련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인 출신 대학원생이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미국에 머물 수 있는 그들의 선택권은 종종 제한되어 있고, 그들이 지향하는 비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뒤처져 있다. 2021년 기준 취업비자 신청 건수는 140만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인텔 인사관리 담당 책임자인 데이비드 샤오리언(David Shahoulian)은 폴리티코에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수의 직원들이 영주권 신청 대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시점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일자리들이 더 많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이미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분야에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는데, 이는 그 노동력의 확대가 현실적으로 이민 개혁을 수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의 인재들은 단지 더 유리한 이민정책을 가진 나라들로 떠날 것이다. 칩스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불완전한 법률이지만 이민 개혁 관련 조항이 빠진 점이 아쉽게도 가장 눈에 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