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요청으로 4월 6일까지 유예"…협상 교착에 증시 발작이 방아쇠
호르무즈 봉쇄 한 달째…한국 원유 70% 차단, 운임 최대 80% 폭등
호르무즈 봉쇄 한 달째…한국 원유 70% 차단, 운임 최대 80% 폭등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48시간이던 유예 기간을 5일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에는 다시 10일을 추가 연장해 오는 4월 6일까지 공격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협상 사실 자체를 공식 부인하면서도 물밑으로는 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를 통한 간접 접촉을 이어가고 있어, 중재국들의 막판 협상 성사 여부가 전쟁 향방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 가까이 봉쇄된 채 협상 교착이 계속되면서 한국의 원유 수입 70%가 직접 차단 위기에 처하고 해상운임이 최대 80% 폭등하는 등 에너지 공급망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 요청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며 "대화가 진행 중이고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48시간→5일→10일…세 번 후퇴한 '최후통첩’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당초 48시간에서 5일, 그리고 다시 10일로 유예를 연장한 것이다.
협상이 이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종전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면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급락하며 국채금리가 치솟는 이른바 '시장 발작'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반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시점을 뉴욕증시 개장·마감에 맞추는 패턴이 반복된다며 이를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라고 부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이란에 합의를 재차 압박하는 한편, "그들은 형편없는 전사들이지만 대단한 협상가이고 합의 마련을 갈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란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란의 반응은 여전히 강경하다. 이란 국영 영문 방송 프레스TV(Press TV)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제시한 15개항 종전안을 "과도하다"고 일축하면서 "이란이 스스로 결정한 시점에, 이란이 내건 조건이 충족됐을 때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국영 TV에서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3국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미국 제안을 이란 최고 지도부가 검토 중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이란군 통합 지휘기관 하탐 알안비야(Hatam al-Anbiya)는 공식 성명에서 "미국 같은 자들과는 지금도, 영원히 타협하지 않는다"며 협상설 자체를 정면 부인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이란의 공개 강경 발언을 "보여주기식 행동"이라 일축하고 "협상은 여전히 생산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물밑 간접 접촉은 진행 중…불신의 벽이 최대 장애물
현재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 교섭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이집트와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의 중재 아래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아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이 간접적으로 활발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협상에 관여한 소식통은 "이란이 미국의 초기 요구를 거부했지만, 협상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들이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불신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란이 과거 핵 협상 진행 중에도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진 전례를 들어, 이번 협상 제안 역시 '함정'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이유로 미뤄왔던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오는 5월 14~15일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시점 이전에 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 원유 70% 막힌 채 한 달…운임 80% 폭등, 유가 120달러 분기점
미·이란 협상 교착은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에서 오는 데다,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이란·미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현실화한 3월 이후, 동북아시아 LNG 가격 지표(JKM)는 하루 만에 40% 가까이 치솟았다.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유 제품, 비료 가격이 단기간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회 항로도 묘수가 되지 못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오를 수 있고, 운송 기간도 최대 5일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유예 연장으로 군사적 충돌의 즉각적 위험은 4월 6일까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유예가 끝나는 순간 에너지 시장의 불안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공급망 충격이 한층 증폭될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