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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지금은 경험 못 한 위기”…쪼개고 줄이는 ‘버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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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지금은 경험 못 한 위기”…쪼개고 줄이는 ‘버림’ 시작했다

현 경영 상황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직후와 너무 달라
모든 산업 경기 호‧불황 사이클이 동일한 패턴으로 전개
삼성의 장점 ‘포트폴리오 경영’ 시스템도 어려움 겪어
핵심과 거리 먼 사업 매각과 동시에 적합 사업 인수도 진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인도 방문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인도 방문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요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상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에서 비롯됐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등 각 그룹은 현재의 경영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직후와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고 보고 있다. ‘불황기·저성장기’ 등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투자 결정 시기에 따라 흥망이 결정될 만큼 경기의 부침이 가장 빨랐던 사업이라는 특징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와 가전은 물론 전통 제조업 영역에 있던 자동차, 철강, 조선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호황일 때 대규모 수익을 내는 산업이 있다면 반면 불황에 빠지는 등 경기 사이클의 차이에 따르는 상황이었는데 현재는 모든 산업 경기 부침이 같은 주기로 전개되면서 흥할 때는 모두 흥하고, 불황일 때는 모두가 부진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과 ‘정보기술(IT)의 쌀’로 일컫는 반도체 경기가 같아지면서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그 예다.
이 관계자는 “다수의 계열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대기업의 컨트롤 타워는 이러한 주기의 매칭을 관리해 어떤 순간에서도 최소한 한 개 사업은 호황기를 이루는 포트폴리오 사업군을 구축하는데 이를 가장 잘한 기업이 삼성이고, SK가 삼성과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그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투자가 가장 많이 들어가야 하는 시기에 석유화학까지 부진한 SK그룹이 결국 최태원 회장이 나서서 직접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고, 삼성도 내부적으로는 비용 통제를 통한 자금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 한화, HD현대 등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은 10년여 만에 ‘버림 경영’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아직은 계열사 수 조정, 분리 독립 등에 한정되어 있고 매각을 통한 인수합병(M&A)도 예상과 달리 잠잠하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빅딜(Big Deal)에 해당하는 대형 M&A 시장도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재계에서는 자기가 키운 사업과 기업을 자식과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오너 1, 2세대와 달리 3~4세대들이 버림에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점이 M&A 확대를 예고케 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오너는 생존을 위한 버림이 필요할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선대 회장들은 버림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다가 시기를 놓치는 우를 자주 범했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의 방산·석유화학 사업 빅딜을 성공시킨 덕분에 두 그룹 모두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에 마침표를 찍어 자동차 전장사업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도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만큼 총수들은 ‘절박감’을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0년 전에 비해 이번 구조조정이 버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새로운 추세다. 사업 방향성과 맞는다면 투자나 인수 등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핵심 사업 역량의 확대도 도모하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