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 확대에도 미래 반도체 공급망 전략 봐야
美 중심 공급망·對中 견제 변화 가능성 시사한 것
AI 반도체 中 추격 대비와 대미 투자전략 돌아봐야
美 중심 공급망·對中 견제 변화 가능성 시사한 것
AI 반도체 中 추격 대비와 대미 투자전략 돌아봐야

1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중(對中) H20 수출 통제를 해제하면서 엔비디아가 중국 AI 시장에서 판매를 이어갈 길을 다시 열었다. H20은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고사양 칩의 대중 수출을 막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엔비디아가 중국 공급용으로 사양을 낮춰 출시한 제품이다.
이에 관해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대미·대중 HBM 공급 확대라는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중국은 저사양이라도 AI 가속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엔비디아 H20은 저사양이므로 고사양 HBM 위주로 엔비디아와 계약한 것으로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마이크론에 더 기회가 되겠지만, H20에 들어갈 정도의 HBM은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H20 수출 통제 해제가 오히려 한국의 미래 반도체 육성 전략 마련에 변수를 더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전략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 왔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외 정책에 변수가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H20 수출 규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와 중국 견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H20 수출 허용은 이러한 대중 반도체 견제 일관성을 흔들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AI 반도체 굴기를 경계하고 미국과 그 우방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맞춰 대미 투자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H20을 비롯한 저사양 AI 관련 제품이 나중에는 중국이 AI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의 추격을 경계하는 이유는 AI 반도체 때문”이라면서 “한국이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미·중 모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HBM 공급 확대에 만족하지 말고 AI 반도체 상용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패권국이 되는 목표를 가진 미국은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지만 제조 공정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아 해외 기업을 유치하려는 것”이라면서 “미국 빅테크로부터 수주를 한다는 전제 아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승현·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