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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난다” 숨기던 김치…북미서 비비고 김치 가파른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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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난다” 숨기던 김치…북미서 비비고 김치 가파른 성장세

김치, 95개국이 찾는 K-푸드 수출 효자로 급부상
국내 소비 둔화 속 CJ·대상 중심으로 김치 수출 고성장
종가집·비비고, 글로벌 공장·유통망 앞세워 김치 전성시대 열어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 사진=연합뉴스
김치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과거만 해도 해외에서는 김치를 “냄새 난다”며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K-컬처 열풍과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문화 자체가 ‘힙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김치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900만달러에서 2021년 1억6000만달러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1억6360만달러, 약 4만7000톤을 수출하며 물량과 금액 모두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한국산 김치를 들여가는 국가는 95개국에 이른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김치 130톤 가량이 해외로 나간 셈이다.

글로벌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김치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50억달러(약 6조~7조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70억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유통 현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에 따르면 예전에는 한인 식료품점에서나 보이던 김치와 고추장이 이제는 영국 대형 슈퍼 체인 어디에서나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온라인 식품 유통기업 ‘오카도(Ocado)’는 김치 제품만 15종을 취급하고, 대형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Waitrose)’는 고추장 판매가 1년 전보다 7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자사 온라인몰에서 ‘K푸드’ 등 한국 음식 관련 검색 건수도 최대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치가 해외에서 ‘비선호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유산균·발효·비건 식단 트렌드와 맞물린 장기 성장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은 다소 다르다.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 먹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면서 포장김치 시장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담그는 김치는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직접 김장을 하겠다”는 응답은 62.3%로 전년보다 감소한 반면 “상품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32.5%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김치 섭취 빈도가 줄고, 배달·외식 위주의 식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 소비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유통기업들은 김치를 수출 주력 품목으로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일본·베트남·유럽·호주 등 50여 개국에 김치를 수출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2016년부터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김치 시장 점유율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LA 인근 김치 생산업체 코스모스푸드를 인수해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코스트코·월마트 등 대형 유통망까지 뚫으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비비고 김치는 북미에서 매출이 전년보다 40% 넘게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호주에서도 현지 농산물을 활용한 김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담가 수출하던 방식에서, 현지 원재료와 공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대상 종가 김치는 한국 전체 김치 수출액의 50% 넘게 책임지고 있다.‘종가집 김치’는 미국·유럽·대만·홍콩 등 80여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대상의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9390만달러까지 커졌다. 최근 미국 LA 대규모 김치 공장에 이어 폴란드 크라쿠프에도 공장 신설을 추진하며 유럽 내 생산 기지 확대에 나섰다. 또 프랑스 파리 15구가 지난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공식 지정하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는 "김치 종주국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고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