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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칼럼] 설날에 아버지가 들려준 한민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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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칼럼] 설날에 아버지가 들려준 한민족 이야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설날이면 아버지는 어린 필자에게 우리 집안과 한민족 이야기를 나름 정감있게 들려주셨다. 때로는 과거 하신 말씀을 다시 하기도 해, 귀찮게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생히 기억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도매로 팔다 남은 생선 중에 말린 것을 화로불에 올려진 채로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옛날 이야기꽃을 피워가면, 어린 필자는 살며시 옆에 앉아 엿듣곤 했다.
설날은 우리 민족의 최대의 명절로, 일가친척들이 찾아와 조상에게 차례지내고 친척이나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했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모든 행사가 돌변해 버렸다.

과거 세찬(歲饌)과 세주(歲酒)를 마시면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어른들은 다 돌아가시고, 당시 아이는 어른이 되었지만, 필자의 자손에게 그 시절 풍경을 재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 사회는 잘 먹고 잘살고 있다지만,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메마른 사회로 변화되면서, 언제부터 인가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친구와 이웃이 더 이야기 상대가 되었다.

필자가 자녀들을 명절 하루 전에 만나, 간단하게 행사하고는 여러 생각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봤다. 수많은 이야기가 책으로 쓰여서, 읽히는 것이 다행이다 자위할 상황이 어쩌면 쓸쓸하다.

어느 드라마에서는 어린 손자 손녀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어 어린아이가 무서움을 타게 되었다면서, 어른을 야단치는 내용을 방영한 경우를 보면서, 세상과 세태의 변화를 실감했다.

오늘날 생활방식이 양력으로 바뀌어 살아온 지 오래고, 집에는 부부 둘만이 사는 가정에서 멀리 있는 친척들은 만나 본 지가 오래고 그나마 자손들이 찾아오니, 그 의미는 상당한 것이다.
필자는 과거 조상들이 아끼고 섬겼던 집안 행사를 무조건 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취지는 아니다. 물질만능주의에서 조상이 전한 이야기가 가지는 커다란 교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조상들이 전한 이야기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야기’는 ‘이야’라는 감탄사에 ‘기(氣)’라는 글자가 합친 단어로, 조상의 참뜻을 이해하는 첩경이 된다.

‘이야기’는 ‘이야’하고 신비롭고 감탄스러운 기분을 표시할 ‘기(氣)’운을 듬뿍 담은 뜻이기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공감하는 감동이 있다.

한국 사회는 과거 그렇게 재미가 넘치던 흥부전이 흥부의 선량함이 어리석음으로 둔갑하고, 놀부 심술이 약삭빠르고 세상을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둔갑시키고 합리화시키고 있다.

흥부전 이야기에는 시대에 맞는 감동과 재미, 교훈 등 조건 충족이 부족하여 흥부가 아닌, 놀부가 좋은 사람으로 각색된다면, 조상 이야기에는 어떤 마력은 죽고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역사와 전통이 없고 도덕이 손상된 사회는 죽은 사회다. 어떤 꿈과 설렘도 없이 증오와 분노, 자살과 자해, 약물 중독과 도덕적 타락이 넘치는 사회는 올바른 이야기를 전하는 어른이 필요하다.

한민족 우리 조상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이치인 천지인(天地人) 사상과 음양오행의 이치를 통해 서로 사랑·용서·화합·합일하여 몸의 건강을 스스로 회복하는 우주·자연 생리를 터득했다.

한민족의 이야기는 기운(氣運)을 듬뿍 담은 의미가 넘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글로벌 세상과 남북의 분단상황에서 한반도 주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정신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처럼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민족주의가 폐쇄당할 수는 없지만, 세계화·정보화 물결에 따라 종족·혈통을 넘어, 외국인·난민과 다문화·여타인종 문제들을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우리 기운을 통해 이야기가 품고 있는 사실과 진실들을 마음속에서 떨림이 나오는 감동의 마음과 마음으로 한민족 후손들에게 전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