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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환율 상승에도 수출 경쟁력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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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환율 상승에도 수출 경쟁력 제자리

한국의 10월 수출액은 595억 달러로 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10월 수출액은 595억 달러로 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10월 수출액은 595억 달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5% 증가했다. 9월 수출액 659억 달러나 증가율(12.5%)에는 못 미치지만 8월의 584억 달러보다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와 선박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결과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요국 통화 대비 가파르게 오른 환율을 고려하면 수출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8월 1390원대에서 10월 1425원으로 2.4% 상승한 상태다. 수출 증가분의 상당액이 환율 상승의 영향인 셈이다.
특히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미국·EU 등 주요국 수출액만 보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인공지능(AI) 붐에 편승한 한국산 반도체의 대만 수출과 수년 전 수주한 조선 수출을 빼면 마이너스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반도체·조선의 경우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만큼 수출 증가라는 막연한 착시현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칫하다간 한국 경제에 큰 변동성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집계한 올해 9월까지 한국의 평균 실질실효환율은 90.87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86.9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교역 상대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원화 가치가 그만큼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원유나 밀가루 등 필수 수입품에 대한 체감물가 부담이 커지는 것도 실질실효환율이 하락한 탓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기업 영업이익률도 0.29%P 낮아진다는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도 있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재가공해 수출하는 대기업의 교역조건이 나빠졌다는 증거다.

원화 약세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수입비용과 물가만 올릴 수도 있다.

환율 상승이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을 일부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도 스스로 수출 경쟁력 개선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