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남산이 서울의 단풍 명소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가을 남산을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딱히 어느 코스를 염두에 두고 산을 오른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보이는 N타워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드물게 단풍나무가 서 있었지만 곱게 물든 잎은 쉬 보이지 않았다. 숱한 사람들의 발길이 오간 오솔길엔 얽히고설킨 나무뿌리들만 지상으로 드러난 채 나무 사이로 비껴든 가을볕을 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느 해인가 다산초당을 찾아갈 때 만났던 ‘뿌리의 길’을 생각나게 했다. 그 길에 이름을 붙인 정호승 시인은 지상으로 뻗어 나와 서로 뒤엉켜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뿌리를 처음 보았을 때 “마치 무슨 거대한 ‘식물성 파충류’들이 이리저리 꿈틀꿈틀 산길로 기어가는 듯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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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호젓하던 오솔길을 벗어나 남산 둘레길로 들어서자 단풍 구경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팔각정을 향해 걸었다. 느티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단풍 숲길을 이룬 곳에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옷차림도 단풍 못지않게 곱고 화사하다. 애국가에 등장하듯 소나무가 많은 남산이지만 단풍나무·당단풍나무·중국단풍·복자기·고로쇠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단풍나무가 있다. 남산의 대부분 단풍나무는 조경을 위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1940년대 조사 자료에는 단풍나무에 관한 기록이 보이지 않고, 1985년부터 명시한 것을 보면 1970~80년대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은 남산의 아름다운 가을 경관을 만드는 주역이 되었다.
남산의 단풍은 다른 곳에 비해서 늦게 물드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 타워가 있는 팔각정 오르는 길엔 제법 단풍이 들어 가을 정취를 흠씬 자아낸다. 소슬바람이 불 때마다 어지러이 날리는 느티나무 낙엽과 쪽빛 하늘 위로 뭉게뭉게 떠 있는 흰 구름이 남산의 가을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의 풍경도 아름답고, 서울을 둘러싼 높고 낮은 산들의 모습도 그림 같다. 산을 오르는 일은 분명 고되고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한눈에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은 산을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을 눈 속에 담고 봉수대를 돌아 백범광장 쪽으로 하산했다. 광장 주변으로 심어 놓은 화살나무숲과 단풍나무들이 저마다 화려하게 물들어 가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일본이나 중국 외에도 동남아·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내국인 수 못지않게 많았다. 때로는 단체로, 혹은 삼삼오오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고 함박웃음을 웃는 모습이 오색 단풍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올해는 여름이 길고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단풍 들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단풍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위를 돌아보면 어디에서나 곱게 물든 단풍을 만날 수 있다. 굳이 만산홍엽의 골짜기가 아니라도 거리에서도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옛 시인이 낙엽 한 장에 천하의 가을을 느끼듯이.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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