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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35) 코어위브(CoreWeave)... "엔비디아 호위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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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35) 코어위브(CoreWeave)... "엔비디아 호위무사"

암호화폐 채굴장의 화려한 변신과 AI 생태계의 판도 변화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진단 반도체열전 (35)] 코어위브(CoreWeave)... 암호화폐 채굴장의 화려한 변신과 AI 생태계의 판도 변화

인공지능과 반도체 생태계에서 가장 독특한 기업은 단연 코어위브(CoreWeave)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의 최전선에서 기존의 법칙을 뒤엎는 아주 독특한 기업이다. 빅테크의 사선에서 소리 없이 거대 인프라를 독점해 가고 있는 영리한 괴물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 회사는 시끄러운 팬 소리와 고열로 가득 찬 차고지에서 이더리움을 채굴하던 암호화폐 채굴 업체에 불과했다.

오늘날 코어위브는 기업가치 수십조 원을 넘나들며 엔비디아(NVIDIA)의 최우선 호위무사이자, 마이크로소프트(MS)·OpenAI·메타(Meta) 등 빅테크 제국들이 줄을 서서 돈을 싸 들고 찾아오는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디지털 연금술에 불과했던 암호화폐 채굴장이 글로벌 반도체 및 AI 생태계의 패권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로 탈바꿈한 데에는 나름의 비밀이 있다.

<코어위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코어위브는 'AI 전용 네오클라우드(Neo Cloud) 하이퍼스케일러'기업이다. 기존의 전통적 클라우드 공룡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GCP)는 범용 연산 장치인 CPU(중앙처리장치)를 중심으로 설계된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에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가상화하여 얹어주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거대한 매개변수를 처리해야 하는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이나 인공지능 추론 연산 과정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이에 반해 코어위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연산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전용 소프트웨어 레이어를 제공한다.대용량 GPU 전용 대여가 코어 위브의 주 주입원이다. H100, H200 및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기반 서버 클러스터를 초고속 네트워크(InfiniBand)로 엮어, AI 연구소나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의 GPU 파워를 즉각적으로 빌려 쓸 수 있게 한다. 압도적인 클라우드 구동 효율이 코어위브의 경쟁력이다. 코어위버는 자체 개발한 쿠버네티스(Kubernetes) 기반 오케스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 범용 클라우드 대비 GPU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가동 비용 및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코어위브의 본질은 "AI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초고성능 연산 자원을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디지털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이더리움 채굴장에서 AI 제국으로>

코어위브의 탄생 배경은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017년, 월가의 에너지·원자재 트레이더 출신인 마이클 인트레이터(Michael Intrator) 현 CEO와 그의 동료들은 '애틀랜틱 크립토(Atlantic Crypto)'라는 이더리움 채굴 회사를 차렸다. 그 당시 이더리움 채굴 알고리즘(PoW·작업증명)은 그래픽카드의 GPU 연산 성능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그들은 전국에서 수만 대의 엔비디아 GPU를 긁어모아 거대한 채굴 농장을 구축했다.2018년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이더리움 가격이 폭락했고, 결정적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GPU 채굴이 불가능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채굴에 투입했던 수만 대의 GPU가 하룻밤 사이에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코어위브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GPU 자산의 유연성 발견: 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수만 대의 GPU가 단순 채굴용이 아니라, 3D VFX 그래픽 리더링 및 머신러닝 연산에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빅테크 중심의 클라우드 시장에서 엔지니어들이 GPU 인프라를 할당받기 위해 수개월씩 대기해야 한다는 통증(Pain Point)을 파악했다. 2019년 사명을 오늘날의 '코어위브(CoreWeave)'로 변경하고, 보유 중인 GPU를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로 개조하였다. 암호화폐 채굴장의 도선(導線)과 냉각 기술, 대규모 GPU 관리 노하우를 그대로 AI 연산 클라우드로 이식하는 천재적인 사업 피벗을 성공시킨 것이다.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코어위브는 '팹리스-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제조 생태계와 'AI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핵심 가교(Bridge) 역할을 수행한다.엔비디아가 아무리 뛰어난 GPU(H100, B200 등)를 설계하고 TSMC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및 HBM 메모리를 100% 생산해 내더라도, 이를 물리적 데이터센터에 배치하고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AI 모델은 구동될 수 없다. 코어위브는 이 '물리적·소프트웨어적 병목'을 가장 빠르게 해결해 주는 현장 해결사다.

코어위브가 데이터센터 용량을 단기간 내에 기가와트(GW) 급으로 확장함에 따라, 여기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GPU는 물론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고용량 DDR5 서버용 D램의 소모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즉, 메모리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 코어위브는 가장 거대하고 확실한 '2차 수요처'인 셈이다.

<엔비디아와 코어위브>

코어위브를 논할 때 젠슨 황(Jensen Huang)의 엔비디아를 빼놓을 수 없다. 두 회사의 관계는 단순한 '갑과 을'의 거래 관계를 넘어선 '동맹이자 혈맹'에 가깝다.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 직접 지분 투자를 단행하여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AI 붐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GPU 품귀 현상이 극에 달했을 때도, 엔비디아는 자사의 최신 GPU 물량을 빅테크인 아마존이나 구글보다 코어위브에 최우선적으로 할당(Priority Allocation)해 주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자체 AI 칩(아마존의 Trainium, 구글의 TPU, MS의 Maia 등)을 개발하며 탈(脫)엔비디아를 꿈꾸는 기존 빅테크 클라우드 공룡들은 잠재적 위협이다. 엔비디아는 이들 공룡의 독점을 막고 자사의 CUDA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순수하게 엔비디아 GPU만을 전폭적으로 쓰며 급성장하는 코어위브라는 '대항마(Neocloud)'를 의도적으로 키워줄 필요가 있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로부터 제공받은 최첨단 GPU 자체를 담보로 설정하여 월가(블랙스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로부터 수조 원대의 빚(대출)을 일으키는 독창적인 금융 기법을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물량을 대주고, 코어위브는 이 물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사는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 것이다.코어위브의 고객 명단은 화려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OpenAI, 메타(Meta), 앤트로픽(Anthropic) 등 AI 시대를 이끄는 주역들이 모두 코어위브의 대형 고객이다.마이크로소프트 (MS)는 MS 자체 클라우드(Azure)의 GPU 용량이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코어위브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코어위브의 데이터센터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다. OpenAI 핵심 파트너 차세대 거대언어모델(GPT 시리즈)의 학습 및 추론 인프라 확보를 위해 코어위브와 대규모 연산 자원 이용 계약을 맺었다. 메타 (Meta)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라마(Llama)' 시리즈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코어위브로부터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공급받는다.

물론 이 관계가 영원한 우방이 아니다.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순간 코어위브와의 계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 즉, "빅테크의 공급 부족이 낳은 유예기간 동안 코어위브가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이 다자간 동맹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다.코어위브의 극적인 부상은 단순한 미담이나 남의 나라 벤처 성공 신화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과 관련 기업들에게 매우 서늘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하드웨어 제조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판도를 읽고 엮어내는 '소프트웨어 및 인프라 오케스트레이션'이 결합되어야 패권을 쥘 수 있다.

AI 시대의 부는 '연결'에서 나온다. 코어위브는 단 하나의 반도체 칩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만들어진 칩을 가장 효율적으로 엮어내는(Weave) 능력 하나로 빅테크를 아래에 두는 생태계의 지배자로 올라섰다.암호화폐 채굴장에서 시작해 글로벌 반도체 및 AI 시장의 거대 주역으로 우뚝 선 코어위브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마디로 반도체 연결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