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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형의 프롭테크'썰'] AI가 일하는 시대, 사무실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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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형의 프롭테크'썰'] AI가 일하는 시대, 사무실은 왜 필요한가

조준형 알스퀘어디자인 브랜드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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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형 알스퀘어디자인 브랜드담당 상무
사무실 설계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내부에 몇 명이 근무하세요?" 그 숫자에 맞춰 자리를 나누고, 회의실을 넣고, 남는 곳에 휴게실을 앉혔다.

요즘은 질문이 변했다. 도면을 펼치기도 전에 이렇게 묻는다. "AX를 도입 중인데, 사무 공간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지난 10년간 사무실을 둘러싼 질문은 계속 변해왔다.

2010년대 중반 공유오피스와 스마트오피스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어디에 앉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율 좌석이 도입되고, 카페나 라운지를 닮은 공간이 늘었다. 애자일 조직을 위한 별도의 협업 공간도 등장했다. 사무실은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는 장소에서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담는 공간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코로나19는 이 흐름을 뒤흔들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사옥 이전과 리뉴얼을 미루는 기업이 생겼다. 반대로 출근하는 구성원을 위해 라운지와 카페, 휴게 공간에 더 투자하는 기업도 있었다. 엔데믹 이후에는 또 다른 요구가 나타났다. 개방만 강조했던 공간에서 다시 집중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졌다. 파티션과 개인 공간이 새로운 형태로 돌아왔다. 자연 채광과 식물을 활용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 조직 변화에 대응하기 쉬운 모듈형 공간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오피스 디자인을 바꾼 것은 '유행'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공간이 그 변화를 따라갔다.

AI는 오피스에 무엇을 요구할까


이제 그 변화의 다음 장면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 자료 정리, 일정 관리 같은 반복 업무의 일부를 맡기 시작하면서 '사무직이 줄면 사무실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공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질문이 달라진다. 일의 일부를 AI가 맡게 되었을 때, 남은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게 될까.

반복 업무의 비중이 낮아질수록 사람에게 요구되는 일은 판단하고,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피스도 많은 좌석을 효율적으로 채워 넣는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쪽에서는 깊이 몰입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쪽에서는 프로젝트에 따라 사람들이 빠르게 모였다 흩어질 수 있어야 한다. 조직과 인력이 자주 바뀐다면 벽과 좌석을 한 번 정해 수년간 쓰는 방식보다 필요에 따라 다시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가 유리할 수 있다.

AI와 일하는 방식 자체도 공간에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지금까지 컴퓨터와의 소통은 키보드와 화면이 중심이었다. 음성 기반 AI 사용이 보편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AI와 대화하면 소음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의 폰부스나 집중부스가 앞으로는 음성 프롬프팅을 위한 업무 공간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통신 환경, 흡음과 방음, 개인 집중 공간과 협업 공간의 분리도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업무 생산성을 좌우하는 필수 설계 조건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브랜딩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변화다. 인재에게 사무실은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물리적 메시지다. 앞으로는 멋진 라운지나 비싼 가구만으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사람과 AI가 어떻게 함께 일하는가'가 공간에서도 보여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몇 평인가보다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AI가 오피스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음성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고정 좌석이 어느 수준까지 줄어들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필요한 것은 '미래의 사무실은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섣부른 정답이 아니다. 사무실을 계획할 때 던지는 질문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몇 명을 수용할 것인가. 몇 평이 필요한가. 회의실은 몇 개를 만들 것인가. 질문들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다만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

사람이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함께 모여야 할 때는 언제인가. AI와 대화하는 업무는 어디에서 할 것인가. 조직이 바뀌었을 때 이 공간도 쉽게 바꿀 수 있는가.

지난 10년간 사무실은 개방과 공유, 방역과 재택, 다시 개인화와 유연성을 차례로 겪었다. 그때마다 사무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 요구되는 역할이 달라졌다.

AI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좋은 오피스를 가르는 기준은 얼마나 넓고 화려한가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가가 될 것이다.

사무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AI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그것과 어떻게 융화할 것인가다. 그리고 공간은 언제나 그렇듯 그 답을 먼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