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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 피하자"…공기업들도 대응책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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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 피하자"…공기업들도 대응책 나섰다

한전, 대형로펌에 법률대응 매뉴얼 자문 구하기
"안전 부서, 현실적 어려움에 근무 기피" 지적도

지난 1월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당시 정승일(오른쪽 세번째) 한전 사장 등 임원진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당시 정승일(오른쪽 세번째) 한전 사장 등 임원진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 업체뿐 아니라 공기업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돼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법률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경영진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미리 법적 대응책을 검토·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사 안전보건관리체계 진단·환류 용역안'을 마련했다.

한전의 안전 관리 수준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점검하고, 개선 방안에 기반을 둔 중대재해 대응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진단 대상은 경기·대전세종충남·광주전남 지역본부와 경인건설본부·전력연구원·한전아트센터 등 9개 사업장이다. 착수일로부터 1년간 상시 진단체계를 구축해 점검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광장·김앤장·세종 등 대형 로펌의 자문을 통해 추진하게 된다. 담당 변호사의 시간당 평균 자문비를 근거로 예산 약 3억4000만원의 비용도 산출했다.
한전은 중대재해법 법률 자문 전문기관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관은 안전보건체계 진단·사업소 점검·개선 방안 도출·도출 사항 개선·안내 및 현장 개선 여부 재진단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를 통해 중대재해법·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안전 관련 법령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매뉴얼) 제작을 추진한다.

이밖에 송배전·건설 공사 등 분야별 평가 체계·계약조건 개정 방안·청소·식당 등 계약 분야 안전보건 관리체계 강화방안· 시민재해 분야 대비책 등을 제시하게 된다.

국내 대형 로펌에서 진행하는 이번 법률 자문의 핵심은 중대재해법 제4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와 제5조 '도급·용역·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해석 중심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을 위반해 1명 이상 사망사고로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처벌 조항은 기존 산안법 등에 비해 수위가 높다. 이는 한전이 법적 대응 능력을 키우려는 이유다. 또한 법 시행 초기이니만큼 범위·처벌 대상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두려는 것이다.

특히, 한전은 국내 최대 공기업인 만큼 다양한 산업 현장이 존재한다. 현재 한전이 관리하는 전주·철탑·변전소 등에서는 매년 28만 건에 달하는 건설·유지·보수 관련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고의 상당 부분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지난해 11월 경기도 여주 건설 현장에서 전기공사 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후 한전은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 대책'을 내놓으면서 사태를 수습했다.

이같은 대책을 두고 당시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법률자문 용역에서도 한전은 도급인의 중대처벌법 요구 사항과 이행 수준을 진단하고, 다른 기관의 중대재해 사례·법적 조치 사항을 분석해 수시로 한전에 적용·반영할 계획이다.

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되자 관련 사고 발생 가능성이 많은 건설업계에서 '1호 처벌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공기업을 포함한 현재 발전업계 분위기 역시 당시처럼 '중대재해법 1호 피하기'가 당면과제가 된 듯한 상황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공공부문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있다"면서 "한전의 경우처럼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안전 관련 부서는 업무강도 높은 현장인데다 사고 발생 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근무를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환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gcho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