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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한투지주 회장이 카뱅을 사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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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한투지주 회장이 카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카뱅 지분 사서 카뱅도 키우고 한투증권도 키운다
자본 늘어 발행어음, IMA, 부동산담보신탁 가능해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들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들이면 자기자본이 늘어 발행어음 한도가 커지고 취급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카카오뱅크에 애착이 있어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진 카카오뱅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9월 금융위원회에 카카오뱅크 주식 관련 동일인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를 요청했다. 아직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동일인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의 대표적 과거 사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요청 승인이다. 2003년 9월 4일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소유하겠다는 뜻을 담은 요청(동일인 한도 초과 보유 승인 신청)을 한국 정부에 냈다. 론스타는 9월 26일 승인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7월 24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주식보유 한도 초과보유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늘렸다. 2017년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때 1대 주주였던 한국금융지주는 은산분리 관련 법이 바뀌면 최대주주 자리를 카카오에 넘기겠다고 계약했다. 결국 법이 개정됐고 최대주주가 카카오로 바뀌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7월 22일 비씨카드와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안도 승인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에는 높은 주가를 유지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해 8월19일 9만2000원까지 올라갔지만 1년4개월이 지난 이달 7일 종가는 2만6800원이다.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평소 은행을 운영하고 싶어했던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주식 취득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3.7%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은행업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나 우리은행에 대한 투자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김남구 회장이 은행에 관심이 있는데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지분 27.26%를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의 부진을 지켜만 보고 있을 리 없다.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와 협력해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제휴를 통한 국내주식 거래 서비스 연동이 최종 조율단계에 있는 것은 맞다(카뱅에서 주식거래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제휴 서비스를 통한 MTS 연동)”며 “연내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나 현재 개발 및 서비스 구체화 중인 단계이므로 서비스 상세 내용, 정확한 오픈 시기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주식거래와 증시 뉴스 확인 등 증권 관련 핵심 기능을 마련해 카뱅 앱 내 주식 거래 커버리지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현재 카카오뱅크는 2019년 3월부터 한투와 주식 계좌 신청 서비스, 해외주식거래 서비스 등으로 한국투자증권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인사들은 카카오뱅크가 발전하려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인성 디지털 포렌식 엔지니어는 “인터넷 은행이 발전하려면 사용 편의성 증대가 필요하다”며 “직관적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단순화된 메뉴, 최소한의 동작으로 작업 완료, 통장 카드 주식 등 금융관련 정보 통합관리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드 결제금액 안내 같은 개인 금융관리, 휴면계좌 찾아주기 같은 능동적 금융조언, 직구 물품 통관 정보 제공이 필요하고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보안 정책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이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자기자본이 3조원 정도 불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6조2654억원이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하면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 증권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지분 매입이 과거에 이뤄지지 않고 현재 추진되는 이유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7년 3월 채권 매매 수익률 담합(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벌금형을 받은 시점부터 5년이 지났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 매입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지분 매수 규모나 일정에 대해선 “당국 승인이 나오게 되면 그때 검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한국투자증권의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발행어음 사업은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초대형 투자은행(IB)만 할 수 있다.

현재는 자기자본 2배 한도 안에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입해 자기자본을 늘리면 발행어음 발행한도가 커진다.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면 종합투자계좌(IMA) 및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할 수 있게 된다.


곽호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uckykhs@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