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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백기’ 카카오그룹, 불가피한 대규모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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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백기’ 카카오그룹, 불가피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열사 상장 후 자산활용 효율성 하락…꺼져 버린 성장 동력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지난 22일까지 카카오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수익률(사진)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어발 확장으로 확충한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성장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은 상장 이후 자산활용 효율성이 정체되거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딥서치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지난 22일까지 카카오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수익률(사진)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어발 확장으로 확충한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성장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은 상장 이후 자산활용 효율성이 정체되거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딥서치
카카오그룹 상장 계열사들 주가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장동력이 부재한 것은 물론 그 밑바탕에는 낮은 자산효율성이 자리잡고 있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반 구조조정과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4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1587개(상장지수펀드, 리츠, 우선주 등 포함)다.
이중 시가총액이 현재 기준 10조원 이상인 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카카오뱅크, 삼성SDS, 삼성전기, HMM, 에코프로머티 등 7개다.

눈에 띄는 기업은 카카오뱅크(시총 13조4000억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금융업종들의 주가가 대부분 크게 올랐지만 카카오뱅크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카카오(시총 23조8600억원)로 옮겨진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여타 상장계열사도 설정 기간(1월 24일 이후) 동안 주가가 하락했다.

카카오가 성장동력 부재로 주가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열사들의 주가 부진도 모회사인 카카오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카카오, 카카오뱅크가 과거 에스엠 인수 관련 시세조종 혐의로 제재 선상에 올라있다.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회계로 덜미를 잡힌 상황이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카카오그룹 상장계열사(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들의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계열사 상장 이후 이러한 움직임은 더 뚜렷하다.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이를 활용한 매출 성장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으로 카카오는 매출액이 정체됐지만 순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다. 계열사들의 부진이 카카오 연결기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도 각각 카카오처럼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들은 실적부진으로 두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낮은 자산효율성이 카카오그룹 전반에 만연한 셈이다.

최근 카카오는 별도 잉여현금흐름(FCF)의 30% 수준인 1344억원 규모 주주환원을 발표했다. 267억원 규모 배당과 자사주 196만6496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카카오 시총대비 0.56%에 불과한 수준으로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어발 확장과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에도 매출과 이익이 동반 성장했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그룹은 만족스럽지 않은 주주환원정책은 물론 그 외 어느 것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카카오그룹에 대한 날선 비판이 지속되는 이유다. 계열사 상장이 최종목표이자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이 0순위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장이 거론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에도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포진하고 있다. 현재 두 기업의 IPO는 답보상태지만 향후 재추진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카카오그룹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대내외적 요인들로 카카오그룹에 대한 신뢰가 크게 낮아진 만큼 그 고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카카오의 계열사 상장을 통한 몸집 확대 전략은 현재 카카오 3대 주주인 텐센트의 방식과 유사하다”며 “성장 스토리를 따라하는 것은 좋지만 계열사 상장 후 수익확보 측면에서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쇄신을 위해서는 사업재편에 따른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한다”면서도 “카카오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사세를 확장한 만큼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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