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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000선 돌파 후 고공행진...'곱버스' 투자자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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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000선 돌파 후 고공행진...'곱버스' 투자자 '패닉'

코스피, 한 달 19% 급등…인버스 상품 수익률 '곤두박질'
최근 한달 ETF 수익률 하위 TOP 5.  그래프=정준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한달 ETF 수익률 하위 TOP 5. 그래프=정준범 기자
코스피 지수가 한 달 사이 19% 급등하며 4000선을 돌파하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시장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ETF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역추종 상품의 낙폭은 30%를 넘어섰고, 일부 테마형 인버스는 35%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9일 3431.21에서 이달 29일 4081.15로 마감하며 한 달간 649.94포인트(18.9%) 급등했다. 이 기간 지수가 전일 대비 하락 마감한 날은 단 4거래일에 불과할 정도로 일방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장은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ETF 투자자들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왔다.

9월 29일 부터 10월 29일까지 최근 한달간 한국거래소의 ETF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요 인버스 ETF는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 급락했다. 특히 코스피200선물지수의 일간 변동률을 2배 반대로 추종하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들의 낙폭이 컸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는 31.88% 하락했고,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31.86%, 'RISE 200선물인버스2X'는 31.74%, 'KIWOOM 200선물인버스2X'는 31.23% 각각 떨어졌다. 모두 30% 안팎의 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직격탄을 안겼다.

1배 인버스 상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KODEX 인버스'는 17.14%, 'TIGER 인버스'는 16.90%, 'ACE 인버스'는 16.88%, 'HANARO 200선물인버스'는 17.18% 하락했다.

▲ 2차전지 인버스 한달간 -35%


테마형 인버스 상품의 손실은 더욱 컸다.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은 34.90%나 폭락하며 전체 인버스 ETF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대표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한 영향이다.

반도체 관련 인버스도 타격을 입었다.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는 13.11% 하락했다.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손실이 확대됐다.

▲"복리 효과로 손실 눈덩이"


인버스 ETF의 손실이 지수 변동률 대비 크게 확대된 것은 일일 단위 손실이 복리로 누적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곱버스의 경우 지수가 하루 1% 오르면 ETF 가격은 2% 하락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코스피가 한 달간 650포인트 이상 오르는 동안 곱버스 ETF는 매일 발생하는 손실이 복리로 쌓이면서 30% 이상의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상승장이 지속될수록 이 같은 '마이너스 복리 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버스 ETF, 특히 곱버스는 단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헤지 수단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며 "상승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 보유하면 손실이 복리 형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기 헤지 수단으로서의 효과 상실


이번 손실로 인버스 ETF의 단기 헤지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달간 17% 안팎 하락한 일반 인버스 상품들은 포트폴리오 방어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손실 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버스 ETF는 원래 하루 이틀 정도 단기 하락을 예상할 때 활용하는 상품"이라며 "며칠 이상 보유하면 복리 효과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 매수를 고려하고 있지만, 코스피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곱버스 물타기를 했는데 손실만 더 커졌다", "이 정도 상승은 예상 못했다", "인버스는 절대 장기 보유하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는 등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지수가 너무 많이 올랐으니 조정이 올 것 같아 곱버스를 샀는데 계속 오르기만 해서 당황스럽다"며 "손절을 해야 할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인버스 ETF의 구조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버스 ETF는 일일 수익률 구조상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다"며 "특히 강한 상승 추세가 나타날 때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