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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은 상처가 있어야 존재하는 말…삶의 회복탄력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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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은 상처가 있어야 존재하는 말…삶의 회복탄력성 중요

[북 카페에서 띄우는 인문학 편지(30)]

오늘과 내일 힘들겠지만 모레는 아름다울거야

생활만족도는 경제력과 비례하지는 않아
새벽 추위 때문에 이불속에서 나오기도 싫은 요즘 일부러 알람을 맞춰 일어난다. 그리고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샤워를 하고, 전날 미리 정해둔 옷을 입고 화장은 하는 둥 마는 둥 챙겨서 항상 들고 메는 가방 두 개를 들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카페로 간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새벽길은 춥고, 차에 앉은 서리를 녹이고 긁어내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아침을 연다. 그나마 공감이 가는 행동이라면 모닝커피 정도라고 할까?

그루야! 지금쯤 너는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을 것 같구나. 아니면 밤을 새워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제 네가 보낸 문자대로라면 잠을 자도, 자지 않아도 해결이 되지 않을 문제를 가지고 끙끙거리고 있겠지. 보통의 다른 고3의 학생들처럼 말이다. 붕 떠 있는 것 같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마냥 불안하다는 네 문자를 받고 선생님은 그냥 단순하게 문자를 보냈어. ‘편지할게’

문자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해줄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문득 본 신문기사가 떠올라 조금은 민망하지만 솔직함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선생님이 본 신문기사는 네가 수능에서 해방된 다음날 터진 프랑스 테러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으며 뉴스를 재생산하고 있는 IS가 프랑스의 공연장, 카페 등지에서 자살테러를 감행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도 모자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2, 제3의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일이 있었지. 물론 이것은 과거 진행형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런 공포와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상황을 겪은 프랑스인들의 행동과 국가의 대응하는 자세를 말해주고 싶어.

이 테러에 수십만 리 떨어진 우리나라 사람들도 소위 멘붕이 되어 강력대응을 외치고 있는 순간에 프랑스 사람들은 헌혈을 위해 줄을 섰다. 피가 많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접한 프랑스인들의 인도주의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이었고,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헌혈을 한 이후의 행동들은 솔직히 선생님이라면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헌혈을 한 이들은 테러가 있었던 근처의 카페로 몰려들었어. 그들은 평상시처럼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를 채워나갔고, 공연장도 채워나갔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되는데 걸린 시간이 불과 이삼일에 불과했다는 거야. 패닉 상태에 빠질 줄 알았던 프랑스인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 이들의 회복탄력성과 의지에 감탄하고 주목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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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이란 곤란에 직면할 경우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다. 혹은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한 정신적인 면역성이나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의미로 불리기도 하지. 이런 회복탄력성은 자기조절, 대인관계와 긍정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있단다. 그루도 진로상담이나, 학업상담에서 많이 들어봤을 만한 평범한 요소들이지. 이 기회에 우리 좀 더 자세하게 회복탄력성을 알아보고 가자꾸나. 자기조절이란 감정억제력, 원인분석력 그리고 충동억제력을 말한다.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 감정과 충동을 어떻게 억제하고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자기조절능력이지. 우리는 때때로 엉뚱한데서 원인을 찾거나 이성과 다르게 원인을 지목하여 자신을 방어하고자 한다. 가령 기시미 이치로라는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는 주인과 산책하던 강아지가 사고가 난 후부터는 그 사고 지점에만 가면 예민하게 반응하여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을 예로 들었는데 그의 이론대로라면 강아지는 사고가 난 것이 자신의 부주의가 아니라 그 장소 탓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런 원인 찾기는 결국 트라우마로 이어지거나 어느 순간 자기조절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지.

소통능력, 공감능력 그리고 자아확장력은 대인관계능력에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이것 또한 누구나 다 아는 말이야. 그렇지만 그루야, 선생님은 네게 이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으로만 생각하지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러나 정말 중요한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은 바로 자신과의 대화에서 필요한 것이야. 자신을 올바르게 보고 정확하게 자신의 욕구나 필요, 그리고 감정에 반응하고 이해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자기조절능력과도 연결되는 소통능력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해. 안 그러면 우리는 결국,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상처 입은 강아지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단다.
회복탄력성의 마지막 요소는 자아 관성, 생활만족도와 감사하기를 하부요소로 가진 긍정성이다. 생활만족도는 경제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논술이나 시험 준비를 하면서 수없이 다뤘던 통계나 뉴스에서 봐서 그루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바로 거기서 이야기를 출발해보자. 미얀마는 최고의 기부국가야. 전 세계 최고의 기부국가는 최빈국 중에 하나와 미국이기도 하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종교적으로 성숙한 나라인 미얀마와 정치 제도적으로 지원받고 사회 교육적으로 만들어진 나라인 미국 중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하기에는 현시대의 흐름이 있으니 각자의 판단에 맡기더라도 그들의 삶이 최소한 우리의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그래서 선생님도, 그루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야.

이렇게 어찌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왔고 쉬워 보이는 이 회복탄력성을 가진 프랑스인에게 우리는 왜 감탄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쉬어 보이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거야.

회복탄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앞에 회복을 하는 경험이 있어야 해. 그렇다면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상처’야. 쉽게 말해 병원을 예로 들어보자. 병원에는 회복실이 있지. 회복실은 주로 수술을 하거나 긴급한 상처를 치료했을 때 머무는 공간이다. ‘회복’이란 단어는 결국 상처가 아물어 나은 것이지. 바로 회복탄력성은 그런 상처를 가져본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정면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 아물게 하고 다시 평온한 상태가 될 수 있게 만드는 힘인 것이야. 육체의 상처는 병원의 회복실을 거치고 퇴원을 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이 육체적인 상처를 회복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이것보다 더 큰 상처라고 누구나 공감하는 마음과 정신의 상처 즉, 불안, 박탈감, 좌절, 실패 등과 같은 감정들은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선생님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번 테러를 겪으며 프랑스인과 프랑스 정부가 보여준 모습으로 네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프랑스인들의 자발적인 행동과 더불어 국가는 학교단위의 교육을 실시했다. 단순하게 테러가 있었고, 테러는 나쁘다고 하는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의 교육이 아니었어. 그들의 교육은 십자군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 종교 간의 갈등부터 시작해 현대의 프랑스 사회가 가졌던 문제들까지 학생들 수준에 맞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지도했어.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소통의 중요성과 국가적 자긍심, 프랑스인의 자세 등을 지도한 것이지. 이것은 회복탄력성의 요소를 국가적으로 확대해 보면 국가가 바로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구나. 수많은 사건 사고를 거치며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기억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국가의 회복탄력성이다. 최근 우리에게 ‘징비록’이 새롭게 재조명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루야! 어쩌면 지금 당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루에게 먼 나라 이야기, 거창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거나 버거울 수 있을 지도 몰라. 선생님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가의 회복탄력성도 아니고, 프랑스인의 시민의식으로 대변되는 회복탄력성도 아니란다. 선생님이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은 회복을 하기 위한 능력이야. 결국 상처가 있어야 나오는 능력이지.

지금 그루와 같은 친구들은 모두 사회에 나가기 전 10대의 마지막 상처 앞에 서있을지 몰라. 그래서 더 크고 어렵게 느껴지겠지.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도 공감한단다. 그런데 말이야. 좋은 대학을 입학한 친구들은 상처가 없는 걸까? 반대로 실패한 친구들은 상처가 평생 가져갈 만큼 크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단다. 그 장담할 수 없는 것에 무너지기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정말 강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살아왔다고 선생님은 생각해. 그루는 딱 그루가 살아온 시간만큼 증명했고, 선생님도 선생님이 살아온 딱! 그만큼 말이지.

이제 그루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 선생님은 숙제를 남겨줄까 하는데 어때? 여행을 다니다보면 익숙하게 보는 어플 ‘야놀자’를 만든 이수진 사장은 어린나이에 부모의 죽음, 재혼, 가난, 실패 등을 경험하며 스스로에게 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을 다독이며 성장했어, 또한 가족의 죽음, 15살의 자퇴, 19살의 임신, 이혼, 창업 실패 등을 겪으며 현재 최고의 속옷 디자이너이자 CEO가 된 울티모의 창업자 미셀 몬도 수많은 상처들을 극복하는 삶을 살았어. 비슷한 삶을 산 두 사람이 똑같은 말을 했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그들이 말하는 ‘포기하지 않으면’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 그것도 회복탄력성과 같이 쉽고 유명한 말일 테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을까? 나만의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길러야 하지? 수없이 많은 물음표들이 떠오르지?

선생님은 지금 새벽추위를 이기고 카페에 와있어. 그 이유는 한해가 가는 이 무렵쯤이면 에너지가 방전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아가기도 하기 때문이지. 할 일은 많고 나이가 한 살 더 드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지. 항상 매년 그래왔어.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힘이 들어. 그때 나를 되살리기 위해 나는 회복탄력성이 부족하다고 네게 말하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약간 외부의 힘을 받아. 힘들 때 시장에 가서 시장상인들의 에너지를 받아 가는 사람들이 있듯이 선생님은 새벽 카페에 와서 혼자만의 충전시간을 가진단다. 하루를 길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는 사람들, 스스로 자기 조절하는 힘이 부족해 조금은 개방된 공간에 자기를 노출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선생님이 있단다.

그루야!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너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힘들겠지. 누군가는 원하는 대로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많을 거야. 선택과 결과 사이엔 항상 아쉬움, 상처, 미련이 남게 된단다. 그때 선생님 대신 네가 전해주겠니? “알리바바 회장인 마윈의 말처럼 오늘은 너희에게 힘들 거야, 내일은 더 힘들겠지. 그렇지만 모레는 아름다울 거야, 그루와 너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모레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거야. 그 기다림은 포기하지 않는 삶에서 나오고 포기하지 않는 삶은 네가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회복탄력성에서 나온단다.”라고…….

그루야~ 또 다른 고민을 줬지만 기꺼이 찾아보길 바란다. 안녕

2015년 12월 9일
터기쌤 신희정(그루터기 100년 학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