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어 수익 기대에 엔터주 들썩…하이브·JYP '메가 IP' 경쟁 불붙어
골드만삭스 "세븐틴·엔하이픈 미국 투어 앞둔 하이브 유리"
골드만삭스 "세븐틴·엔하이픈 미국 투어 앞둔 하이브 유리"

앨범 판매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대규모 국외 순회공연(월드 투어)이 새로운 핵심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올 한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최근에는 단기 조정을 보이며 변동성이 커졌다. 세계 투자은행들은 투어마다 15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으는 '메가 IP' 보유 여부가 앞으로 기획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메가 IP'란 기존의 단순한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개념을 넘어, 확장성과 장기 생명력을 갖춘, 산업적·문화적으로 막대한 영향력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 또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방탄소년단은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오는 2026년 봄, 3년여 만에 완전체로 새 앨범을 내고 월드 투어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블랙핑크 역시 지난 주말 팬 7만8000명을 모으고 '데드라인(Deadline)' 월드 투어의 막을 올렸다. 이번 투어는 역대 걸그룹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본 핑크(Born Pink)' 투어 뒤 약 2년 만이다.
이처럼 K팝 대표 주자들의 귀환은 기획사 재무구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백만 팬덤과 수십억 회 유튜브 스트리밍에 힘입은 월드 투어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빅4' 기획사인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오른 까닭이다. 7월 초 주가를 보면 하이브는 27만7500원에서 28만1500원 선에서 거래됐고 JYP는 7만1500원, SM은 13만400원에서 14만4600원 선을 기록했다.
◇ 월가, '메가 IP' 보유 여부로 옥석 가리기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투어마다 150만 명 이상 관객을 끄는 '메가 IP'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K팝의 기존 시장을 넘어 서구 음악계로 성공적으로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척도"라며 "현재 이 기준을 채우는 그룹은 네 팀뿐이고,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스타디움 투어가 가능한 유일한 K팝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 기획사별 엇갈린 전망…하이브 '맑음'·YG '흐림'
기관들의 평가는 기획사마다 엇갈렸다. 골드만삭스는 하이브를 가장 좋은 주식으로 꼽았다. BTS의 복귀가 실적 반등의 핵심 추진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소속 그룹 엔하이픈(월드 투어 관객 120만 명)과 세븐틴(2024-2025 투어 관객 100만 명)이 미국 스타디움 투어를 통해 차세대 '메가 IP'로 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JYP는 스트레이키즈, ITZY 등 '메가 IP'를 두 팀이나 가졌음에도 단기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소수 아티스트 의존도가 높고 스트레이 키즈의 재계약 변수가 있어 단기 이익률 확대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GS국제증권의 오지우 연구원은 "아티스트가 재계약할 때 보통 수익 분배에서 더 높은 몫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2018년 데뷔한 스트레이 키즈는 올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모건 스탠리 역시 "JYP는 신인 가수가 부족한 점이 약점"이라며 "매출에 기여할 가수를 늘리고 장기 성장을 이끌 새 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웠다. 모건 스탠리는 "블랙핑크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과하게 반영됐다"며 "하나의 IP에 기대는 점과 부족한 가수진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신인 그룹의 더딘 성장세 역시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현재 YG 활동 그룹은 블랙핑크, 트레저, 베이비몬스터 세 팀뿐이다. 골드만삭스 또한 "YG의 기업 가치는 다소 높게 평가됐다"며 "새로운 메가 IP가 눈에 띄지 않고, 신인 베이비몬스터가 아직 팬덤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모건 스탠리는 "가수진이 다양하다"는 점을 들어 가장 좋은 주식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SM은 메가 IP를 키워낸 경험이 없고, 아직 그런 그룹도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주가를 떠받치고 있어 장기 성장성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K팝 산업에서 월드 투어와 '메가 IP' 확보는 이제 실적과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하이브는 BTS 복귀와 후배 그룹의 미국 투어로 경쟁에서 앞서 나갈 전망이다. JYP와 SM의 향후 주가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신인 발굴에, YG는 블랙핑크 외 신인의 성장 여부에 달렸다. 시장의 단기 변동성은 여전하지만, 하반기 대형 가수들의 투어와 음반 발매가 본격화하면 실적과 주가가 함께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