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쿡 이사 해임 압박 속 측근 임명…연준 독립성 '시험대'
고용 식는데 물가 압력 여전…0.25%P 인하 유력 속 내부 이견 심화
고용 식는데 물가 압력 여전…0.25%P 인하 유력 속 내부 이견 심화

백악관발 '연준 흔들기'…전례 없는 정치 변수
이번 회의의 향방을 가를 가장 큰 변수로는 단연 정치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한 해임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를 예고하며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쿡 이사는 자신의 해임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이번 FOMC 회의에 표결권을 가진 위원으로 참석하는 전례 없는 처지가 됐다. 법적 불확실성이 그의 정책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조차 알 수 없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통화 완화 정책 지지자인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상원 인준을 통과해 연준 이사회에 합류한 점도 변수다. 그는 과거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국유화 같은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 바 있어, 그의 합류가 연준의 정책 결정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루이스 알바라도 글로벌 채권 전략가는 미란의 지명을 "경제 의제를 밀어붙이면서 앞으로 인사의 유연성까지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고용-물가 딜레마…0.5%P 인하 주장도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두타 경제 연구 책임자는 "FOMC 안의 비둘기파는 매우 강력한 논거를 가졌으며, 더 큰 폭으로 먼저 내리자고 주장하며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고, 관세의 물가 전가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0.5%포인트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준이 '합의를 중시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0.5%포인트 인하는 매파 위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대신 비둘기파는 성명서 문구를 고쳐 앞으로 추가 완화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는 타협안을 끌어낼 수 있다. 만약 여러 명의 반대표가 나온다면, 이는 1988년 이후 보기 드문 연준 내부의 분열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회의 결과와 함께 공개될 경제전망요약(SEP)과 앞으로의 금리 예상 경로를 담은 '점도표(dot plot)'는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단서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전망에서는 올해 두 차례의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지만, 최근 경제 지표 변화가 위원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가 관건이다.
성장은 둔화하는데 물가는 오르는 '약한 스태그플레이션' 모습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책무를 진 연준에게 최악의 난제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고, 그렇다고 돈줄을 죄자니 빠르게 식어가는 고용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연준은 빠르게 식는 노동 시장에 대한 우려와 예상보다 더 고질적인 물가 압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위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시장은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올바른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례 없는 정치 바람과 복잡한 경제 지표 속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