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 핵심 시스템 탑재…한국·스위스·일본 기술력 결합
연간 500만 톤 처리로 LNG 수입 50% 증대…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연간 500만 톤 처리로 LNG 수입 50% 증대…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한화오션이 아시아 에너지 중심지인 싱가포르의 에너지 안보를 책임질 첫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터미널(FSRU) 건조 사업에서 중추 역할을 맡는다고 오프쇼어 엔지니어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발전용 가스의 95%를 수입 LNG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서 이번 사업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에 직결된다.
한화오션은 이 FSRU에 탑재할 통합 전력·추진 시스템 공급사로 스위스의 대표 전력·자동화 기술 기업 ABB를 선정하고, 싱가포르의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최첨단 설비 건조에 본격 나섰다. 한국, 스위스, 일본 대표 기업들의 기술과 경험을 결합한 이번 사업은 급증하는 아시아 LNG 수요에 대응하고 싱가포르 에너지 기반시설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ABB 최첨단 시스템 적용…안전·효율 동시 확보
한화오션이 건조하는 이번 FSRU는 단순한 가스 저장·재기화 시설을 넘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첨단 기술을 집약했다. ABB가 공급하는 통합 전기 시스템은 설비 운영의 두뇌와 심장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중전압 발전기를 비롯해 화물 처리와 재기화 공정에 필수인 6.6kV 배전반, 추진을 담당하는 모터와 변압기, 드라이브 같은 핵심 장비가 모두 들어간다.
ABB 해양·항만 사업부의 룬 브라스태드 해양 시스템 총괄은 "싱가포르 최초의 FSRU에 통합 전기 시스템을 공급해 한화오션과의 오랜 협력을 이어가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협력은 혁신, 신뢰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양사의 공동 노력을 보여주며, 아시아의 중요 LNG 중심지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ABB의 최신 기여"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에너지 지형 바꿀 '핵심 투자'
FSRU는 기존 육상 터미널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들며 운영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FSRU는 오는 2027년 세계 FSRU·LNG 운송 시장을 이끄는 일본 미쓰이 O.S.K. 라인(MOL)에 인도하고, 싱가포르 국영 LNG 운영사인 싱가포르 LNG 공사(SLNG)와 맺은 장기 용선 계약에 따라 본격 임무에 들어간다. 2030년부터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교통 중심지인 주롱항에 영구 계류해 싱가포르 국가 가스망에 직접 연결하고, 운영은 MOL이 맡는다.
세계 최고 수준인 총 20만㎥의 LNG를 저장할 수 있는 이 FSRU는 해마다 500만 톤의 LNG를 처리하는 계약을 이미 마쳤다. 이는 현재 주롱 지역의 단일 육상 터미널 처리 물량과 견줘 싱가포르의 전체 LNG 수입 능력을 50%나 늘리는 막대한 규모다. 덕분에 단기 수급 변동이나 기존 육상 터미널 고장에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FSRU 도입을 자국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핵심 투자'로 보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의 유연성을 키우고, 지정학적 위기나 자연재해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한 조처다. 나아가 탄소 순배출 영점을 목표로 하는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요 축을 담당하며, 앞으로 수소·암모니아 같은 탄소중립 연료 전환을 위한 해상 거점 역할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너지 자문 회사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LNG 수요는 전 세계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압도했다. 각국이 에너지 안보 확보와 경제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면서 이 지역의 LNG 관련 사업은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화오션이 건조하는 싱가포르 첫 FSRU는 아시아 LNG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실적 기준으로 전 세계 FSRU 시장의 약 23.4%를 차지한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으로 LNG 관련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앞서가는 위상을 다시 한번 굳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