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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 닮아가는 로봇 기술...휴머노이드 미래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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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 닮아가는 로봇 기술...휴머노이드 미래 좌우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3지 그리퍼' 최적화 vs 피겨 AI '5지 손' 섬세함 추구
공장 로봇은 '최소한의 손가락'으로 안정성-효율 극대화에 초점
가정용 로봇은 섬세한 조작 위해 인간 손 모방...복잡성 대비 신뢰성 확보가 관건
현대자동차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축소된 아틀라스 공장 로봇에 사용할 새로운 그리퍼를 선보였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축소된 아틀라스 공장 로봇에 사용할 새로운 "그리퍼"를 선보였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홈페이지
미래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궁극적인 목적을 파악하려면 '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피겨 AI(Figure AI)가 공개한 영상들은 로봇이 수행할 특정 작업에 따라 인간적인 손길(Human Touch)이 얼마나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3지 그리퍼: 공장 효율에 최적화된 보스턴 다이내믹스


19일(현지시각) 미국 과학 기술 전문 웹사이트인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산하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축소된 아틀라스(Atlas) 공장 로봇에 사용할 새로운 3개 손가락 '그리퍼'를 공개했다. 이 발톱처럼 생긴 그리퍼는 긴 엄지손가락 역할을 하는 손가락을 포함해 세 개의 손가락으로 구성돼 있으며, 물건을 집고 잡는 데 최적화됐다.

파퓰러 사이언스에 따르면 아틀라스의 기계 엔지니어인 칼 프라이스(Karl Price)는 이 디자인이 공장이나 창고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물건 분류, 포장, 취급 작업에 최적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적인 그립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힘을 가하는 것이 목표"라며, "손가락 끝의 촉각 센서와 내장 카메라를 통해 정교함을 높였다"고 밝혔다. 특히 마주 보는 엄지손가락을 추가함으로써 집기 유형과 유연성을 크게 확장했으며, 이는 복잡성을 최소화하면서도 고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손가락 개수"라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들은 손가락을 더 추가할 경우 복잡성 증가로 신뢰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5지 손: 가정용 로봇을 꿈꾸는 피겨 AI

이와 대조적으로 피겨 AI는 훨씬 더 인간과 유사한 5개 손가락 로봇 손을 공개했다. 최신 모델인 'Figure 03'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식물에 물을 주고, 설거지를 하고, 인간에게 물을 건네주는 등 섬세한 일상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의 모습이 담겼다.

피겨는 이 모델을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인간형 로봇"이라고 정의하며, 가정에서도 인간형 로봇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모델의 손가락 끝은 이전 모델보다 더 부드럽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3g 정도의 작은 힘도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촉각 센서가 내장돼 있어 다양한 크기, 모양, 질감의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휴머노이드 손의 공학적 과제


파퓰러 사이언스는 인간의 손이 30개 이상의 근육과 27개의 관절로 구성되어 27개의 자유도를 가능하게 하는 등 로봇 형태로 재현하기 가장 어려운 인체 부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에릭 두 교수는 인간의 손 동작이 정밀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물체 모양, 다양한 질감, 역동적인 환경에 대한 적응적 반응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로봇의 손 디자인은 로봇이 세상에서 차지할 위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공장에서의 효율성이 목표라면 3개 손가락이면 충분하지만, 가정용 로봇 집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리잔을 깨지 않고 약물을 정확히 다루는 등 더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위해 인간의 손을 모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겨와 같은 경쟁사들이 인간과 같은 손을 도입하면서 맞닥뜨리는 복잡성 증가는 곧 실패 위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가정용 로봇 도입의 실질적인 시점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 엔지니어들조차도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거나 기존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미래에는 로봇이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더 인간형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