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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HBM4 D램 수율 50% 벽 넘었다…SK하이닉스와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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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HBM4 D램 수율 50% 벽 넘었다…SK하이닉스와 '쩐의 전쟁'

ASML 최신 EUV 장비 추가 도입…HBM 전용 생산라인 구축 박차
'엔비디아 루빈 GPU' 선점 경쟁 치열…2026년 양산 목표로 수율 안정화 총력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의 기술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4에 탑재할 1c D램에서 약 50%에 이르는 수율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 '루빈(Rubin)'을 선점하기 위한 두 회사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7일(현지시각) IT 전문매체 트윅타운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4용 10나노급 6세대(1c) D램의 수율 안정화 과정에서 약 50% 수준의 수율을 달성했다. 수율은 불량이 아닌 정상 칩의 비율을 뜻하는데, 통상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면서 점차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 D램은 세대가 발전할수록 성능이 높아지며, 1c D램은 현재 양산 중인 최첨단 D램인 10나노급 5세대(1b)보다 한 세대 앞선 기술이다. 업계는 이 성과를 HBM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삼성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EUV 장비 10대 이상 투입…HBM 전용라인 구축


삼성전자의 이 같은 기술 발전 배경에는 과감한 선제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생산 경쟁력 극대화를 위해 네덜란드 ASML에서 최신 하이-NA(High-NA) EUV 노광 장비 5대를 추가로 구매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포함해 총 10대가 넘는 EUV 장비를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 투입해 생산 효율과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HBM4 양산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차세대 제품인 HBM4E와 HBM5 개발까지 동시에 준비하며 미래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평택 캠퍼스에서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부가 EUV 공정을 함께 사용했지만, 최근 추세 변화에 따라 5대를 추가로 들여와 메모리 전용으로 쓸 것"이라며, "메모리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해 생산 효율과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의 1c D램은 1b 세대보다 진화한 공정으로 더 높은 대역폭과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며, 엔비디아 루빈 AI GPU에 탑재될 메모리 수요 확보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의 핵심인 1c D램 웨이퍼를 평택 P3 라인에 꾸준히 투입하며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HBM4용 1c D램 웨이퍼를 평택 P3 라인에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며 "수율은 약 50% 수준이지만, 공정 조건에 따라 여전히 편차가 심한 편"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최근 내부적으로 1c D램 수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수율 안정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보고가 나왔고, HBM4 샘플 수율 역시 50% 안팎까지 올라온 것으로 분석된다. 2026년에는 1c D램 대량 생산과 함께 평택 P4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증설 맞불…'장비 전쟁' 격화


한편, 현재 HBM 시장의 강자인 SK하이닉스 역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1b(5세대) D램 공정을 기반으로 HBM4 생산 준비를 마쳐 7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26년을 목표로 EUV 장비 보유 대수를 대폭 늘리고 D램 생산 시설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두 회사 간 자존심을 건 '장비 전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1c D램 수율 확보 소식은 HBM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는 치열한 기술 경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알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