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아마존 1만 4000명 해고에...팔란티르는 고졸 500명 몰려 "대학 거치지 마라"

글로벌이코노믹

아마존 1만 4000명 해고에...팔란티르는 고졸 500명 몰려 "대학 거치지 마라"

美 기업 10만명 감원 나선 이유..."AI 투자에 돈 쏟으려면 인건비 줄여야"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와 파격 채용 방식이라는 상반된 행보를 동시에 보이며 인력 확보 전략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와 파격 채용 방식이라는 상반된 행보를 동시에 보이며 인력 확보 전략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와 파격 채용 방식이라는 상반된 행보를 동시에 보이며 인력 확보 전략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일과 2일 연속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과 타깃 같은 주요 기업들이 수만 명 규모 감원을 발표하는 가운데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르는 대학 교육을 거치지 않은 고등학교 졸업생을 직접 뽑는 실험을 시작했다.

대규모 감원 행렬...노동시장 빙하기 신호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14000명 감원을 발표했으며, 추가 감축도 계획한다. 아마존 직원 수는 2019년 말 약 80만 명에서 지난해 말 약 150만 명으로 급증했으나, 이번 구조조정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나이티드 파셀 서비스(UPS)는 관리직과 운영직 48000명을 내보냈다고 최근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타깃은 기업 부문 1800개 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메타 플랫폼스도 수만 명 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타깃 주가는 감원 발표 당일 소폭 올랐고, 아마존은 1%, UPS8%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비용 절감 조치를 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런치베이스가 지난달 29일까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5년 미국 기술 분야에서만 10523명이 해고됐다. 정부 부문까지 합하면 해고 규모는 더 커진다.

'노동력 비축' 시대의 종말


팬데믹 이후 수년간 미국 기업들은 직원을 붙잡아두는 '노동력 비축' 관행을 유지했다. 인력을 잃으면 다시 뽑기 어렵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업률은 202343.4%까지 떨어지며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직원들은 여러 제안 가운데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실업률은 지난 84.3%로 올랐다. 미시간대학교가 지난 10월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64%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실업률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41032%에서 2배 늘어난 것이다.

RSM 수석 경제학자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지금 상황은 1990년대와 비슷해 보인다""당시 많은 대기업은 더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를 내보내는 데 힘을 쏟았다"WSJ에 말했다.

AI 투자가 불러온 구조조정


기업들의 해고 결정 뒤에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도 자리한다. 연방준비제도(Fed) 최신 베이지북을 보면, 더 많은 고용주들이 해고와 자연 감원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수요 약화, 경제 불확실성 증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AI 기술 투자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타깃 신임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피델케는 최근 직원들한테 보낸 메모에서 "너무 많은 계층과 겹치는 업무 탓에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월마트, 포드자동차, JP모건체이스, 아마존 같은 곳은 AI가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 제이슨 슐로처 교수는 "AI가 직접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AI에 쏟는 돈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포천에 말했다.

대학 건너뛰는 새 채용 실험


이런 대규모 감원과 달리,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르는 파격 채용 실험을 시작했다. 팔란티르는 '메리토크라시 펠로십'이란 이름으로 고등학교 졸업생 22명을 뽑아 4개월간 교육한 뒤 정규직으로 뽑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WSJ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500명이 넘는 고교 졸업생이 지원했다. 5400달러(770만 원) 급여를 받으며, 프로그램을 잘 마치면 대학 학위 없이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 지원자는 SAT 1460점 또는 ACT 33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팔란티르 CEO 알렉스 카프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요즘 대학생을 뽑는다는 것은 그저 틀에 박힌 말만 해왔던 사람들을 뽑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스탠포드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카프는 기존 미국 대학이 더는 믿을 만하거나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데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편다.

프로그램은 4주간 세미나로 시작했다. 매주 주제는 서부 개척 시대, 미국 역사와 독특한 문화, 미국 내 운동, 그리고 에이브러햄 링컨과 윈스턴 처칠을 비롯한 지도자들 사례 연구였다. 참가자들은 프레더릭 더글러스 자서전을 읽고, 즉흥극 수업을 들었으며, 게티스버그 전투 현장을 찾았다.

세미나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팔란티르 내부 팀에 들어가 병원, 보험회사, 방위산업체, 정부 기관 같은 곳의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조던 허쉬 팔란티르 수석 상담사는 WSJ"우리는 일반 인턴십보다 더 많은 것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아직 아이들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바뀌는 인재 확보 전략의 앞날


브라운대학 합격을 포기하고 팔란티르 펠로십을 택한 마테오 자니니는 WSJ"어느 회사도 직원들을 3일 차에 진짜 프로젝트에 투입하지 않는다"라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했다.

포린어페어스 잡지 전 편집자이자 바너드칼리지 겸임 조교수 기디언 로즈는 펠로우들 수업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직장에 나가는 것이 좋은 직업 선택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로즈는 WSJ"대부분 사람들한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며 "어떤 사람들한테는 그럴 수도 있다. 그건 각자 선택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제드 콜코 선임연구원은 WSJ에 최근 잇따른 해고 발표가 고용 시장 침체를 예고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게 필요한데, 그 전체 상황은 정부 폐쇄 기간 동안 공개하지 않는 자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변화가 미국 노동시장 구조 전환을 알리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감원과 파격 채용 실험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과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근본 고민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