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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 중 한 대는 못 뜬다"…펜타곤 감사가 드러낸 F-35 '세계 최강'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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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 중 한 대는 못 뜬다"…펜타곤 감사가 드러낸 F-35 '세계 최강'의 민낯

가동률 50%·수백 개 결함에도 록히드마틴에 수조원 성과급…신뢰성·비용·정비 모두 '낙제점'
TR-3 소프트웨어 지연에 블록4 업그레이드도 차질…동맹국, 라팔·유로파이터 등 대체 기종 모색
F-35 라이트닝 II 조종사인 미 공군 대위 크리스틴 BEO 울프가 2020년 11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열린 2020 포트 로더데일 에어쇼에서 '디디케이션 패스(dedication pass)' 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펜타곤 감사 결과, 미 공군이 운용중인 F-35는 소프트웨어 결함과 부품 공급망 문제로 인해 생산된 기체의 절반만이 작전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F-35 라이트닝 II 조종사인 미 공군 대위 크리스틴 BEO 울프가 2020년 11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열린 2020 포트 로더데일 에어쇼에서 '디디케이션 패스(dedication pass)' 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펜타곤 감사 결과, 미 공군이 운용중인 F-35는 소프트웨어 결함과 부품 공급망 문제로 인해 생산된 기체의 절반만이 작전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강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F-35 라이트닝 II의 처참한 민낯이 드러났다. 미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감찰실과 회계감사원(GAO)의 최신 보고서가 F-35의 신뢰성, 가용성, 유지비용, 소프트웨어 성능 등 전 분야에 걸쳐 "낙제점"을 매겼기 때문이다. 총 생애주기 비용이 2조 달러(약 28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이 거대 프로그램이 '돈 먹는 하마'를 넘어 '날지 못하는 새'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위클리 블리츠, 블룸버그 통신, 인디아 닷컴 등 외신들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전투기의 핵심인 '가동률(Mission Capable Rate)'이다. 미 국방부 감찰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군이 보유한 F-35 전력의 평균 출격 가능률은 약 50% 수준에 머물렀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배치한 최첨단 전투기 두 대 중 한 대는 정비고에 갇혀 있거나, 부품이 없어 뜰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GAO와 각종 감사 보고서는 현재 F-35 프로그램에 해결되지 않은 결함만 약 900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신뢰성과 기체 강건성(Robustness)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미 국방부는 록히드마틴에 성과급 및 보너스 명목으로 무려 17억 달러(약 2조 4500억 원)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프로그램 관리·감독 체계가 총체적으로 붕괴되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TR-3 '먹통' 사태…최신형 인수거부 끝에 '훈련용' 전락

기체의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F-35 성능 개량의 핵심인 '블록 4(Block 4)'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자·컴퓨팅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인 'TR-3(Technology Refresh 3)'가 선행되어야 한다. 당초 2023년 4월 완료가 목표였던 이 사업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의 초과 비용을 발생시키며 표류했다.

미 국방부는 TR-3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2023년 7월부터 신규 기체 인수를 전면 거부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를 재개했으나, 이는 완전한 전투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축소 버전'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기체들로, 현재 훈련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66개 이상의 성능 향상을 목표로 했던 '블록 4' 업그레이드는 기능이 대폭 축소된 '부분 패키지'로 재설계되고 있으며, 완료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5년 이상 밀린 2031년 이후로 전망된다.

3군 통합 설계의 '원죄'…B형 탓에 A·C형도 희생


전문가들은 F-35의 비극이 '단일 기체 설계(One size fits all)'라는 과도한 목표에서 시작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공군의 F-35A, 해병대의 F-35B(단거리 이륙/수직 착륙), 해군의 F-35C(항모 탑재)가 서로 판이한 작전요구도(ROC)를 가졌음에도,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하나의 기골을 공유하려다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병대용 F-35B의 수직 이착륙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체 구조와 연료 탱크, 내부 무장창 공간을 희생해야 했고, 이러한 '설계 타협(Design Compromise)'은 A형과 C형의 성능과 생산 효율성까지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고서는 이 구조적 복잡성이 지속적인 일정 지연과 비용 상승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임무' 수행 불가…등 돌리는 동맹국들

이러한 성능 및 유지보수 이슈는 미국의 '동맹 관리'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외신은 F-35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에게 소스코드 접근 권한이나 기술 이전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핵 공유 작전 등 '정치적 임무' 수행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파트너국들은 F-35 도입 확대를 주저하거나, 라팔(Rafale), 유로파이터 타이푼(Typhoon), 그리펜(Gripen) 등 4.5세대 전투기로 선회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영국·이탈리아·일본의 GCAP이나 프랑스·독일의 FCAS 등 독자적인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