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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가 불탄다, 그런데 전선은 러시아가 민다… 드론이 갈라놓은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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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가 불탄다, 그런데 전선은 러시아가 민다… 드론이 갈라놓은 두 얼굴

우크라이나 장거리 타격에 모스크바 발 '연료 대란' 확산
후방 정유소 20% 마비, 러시아 3년 만의 첫 역성장 직면
'드론 킬체인'이 바꾼 현대전… 전선은 병력·화력 앞세운 소모전 지속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잇달아 불태우며 수도권까지 연료 대란을 몰고 있다. 드론 침투로 러시아 정제능력의 5분의 1 넘게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잇달아 불태우며 수도권까지 연료 대란을 몰고 있다. 드론 침투로 러시아 정제능력의 5분의 1 넘게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제미나이3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잇달아 불태우며 수도권까지 연료 대란을 몰고 있다. 드론 침투로 러시아 정제능력의 5분의 1 넘게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선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가 밀어붙인다. 진격 속도가 1년 전의 30분의 1로 떨어졌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현지시각) 드론은 전쟁 비용을 끌어올렸지만, 전쟁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고 분석 보도했다.

러시아가 2022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4년을 넘겼다. 전쟁은 다섯 번째 여름을 맞았다. 최근 몇 주 사이 싸움의 무게중심이 참호에서 후방 수백㎞ 밖으로 옮겨갔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 정유시설을 집중 타격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에서 광범위한 주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제능력 5분의 1 넘게 마비… 수도권까지 번진 연료 대란


러시아의 연료 위기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이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 국면은 20258월 정유시설 타격이 본격화하며 시작됐다. 달라진 것은 강도와 범위다. 국제에너지기구(IEA)6월 이번 교란을 "러우 전쟁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전체 정제능력의 20%에서 최대 3분의 1이 멈춘 것으로 본다.

AP통신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가 3월 말 이후 러시아와 크림반도의 정유소·저유소·터미널을 50건 넘게 타격했다고 집계했다. 자유유럽방송(RFE/RL)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83개 연방 주체 가운데 최소 55곳이 연료 판매를 제한했다고 전했다. 정유시설이 없는 후방까지 배급제가 번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영TV에서 연료 부족을 처음 시인했다. 그는 경유 수출 전면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시 부족"이라며 심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휘발유·항공유 수출을 막았다. 6월 두 차례 피격된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 정유공장은 2026년 말까지 가동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복구에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로이터가 지난달 24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 성장 소진에서 침체로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1년 전보다 0.3% 줄었다고 밝혔다. 3년 만의 첫 역성장이다. 4%를 넘겼던 성장률은 2025년 약 1%로 주저앉았다. 러시아 정부는 52026년 전망을 종전 1.3%에서 0.4%로 낮췄다. IMFOECD 전망도 각각 1.0%, 0.7%로 크게 다르지 않다.

재정 악신호는 더 뚜렷하다. 러시아 재무부는 1분기 석유·가스 재정수입이 1년 전보다 45.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주된 원인은 유가 하락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수출 인프라 타격에 따른 수출량 감소가 겹쳤다. 같은 기간 연방예산 적자는 약 588억 달러(899600억 원)로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었다.

다만 3월 이란 사태로 유가가 뛰며 한때 숨통이 트인 대목은 짚어야 한다. 거시경제 자문기업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대표는 AP"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러시아 석유 부문과 연방예산을 위기에서 구했다"고 말했다. 그 효과는 미국·이란 협상 기대와 함께 되돌려지는 중이다.

전선은 여전히 러시아 우세… 그러나 '역대급 저속 진격'


그러나, 전선의 판세는 냉정히 봐야 한다. 승기는 여전히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는 지난겨울 동부 요충지 포크로우스크를 사실상 장악했다. 지금은 도네츠크주 완전 점령을 노리며 코스탼티니우카를 압박한다.

주목할 지점은 속도다. 미국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AFP가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의 올해 월평균 점령 면적은 약 15㎢였다. 2025년 월평균 405㎢에서 급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71일 러시아군이 코스탼티니우카에서 하루 평균 약 50m 전진에 그쳤다고 밝혔다. 원인은 드론이다. 정찰·자폭 드론이 전장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병력이 대규모로 뭉쳐 거점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중장거리 드론은 러시아군 후방 보급선을 끊는다.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군 피해의 상당수가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과 포격이 겹친 결과로 본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하는 80% 이상은 검증되지 않았고, 추정치도 전선 구간에 따라 4분의 1에서 70~80%까지 폭넓게 갈린다.

한편 이 비교에는 계절 요인과 작전 목표 차이가 섞여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기동 대신 요새화한 도시 벨트를 상대로 소모전을 벌이는 국면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

후방을 태워도 전선이 아직 바뀌지 않는 이유


후방 타격이 이토록 성공했는데 왜 전선은 뒤집히지 않는가.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유시설 타격은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전선의 연료는 비축분과 우회 공급으로 상당 부분 메워진다.

위퍼는 오일탱크 폭발이 "볼거리는 크지만, 배송을 며칠 늦출 뿐"이라고 지적했다. 연료는 충분하되 옮기는 데 몇 주가 걸리는 물류 문제라는 것이다. 드론도 전술 우위를 줄 뿐 영토를 되찾을 돌파력까지 주지는 못한다. 우크라이나는 병력난이 심해 지상 반격 여력이 제한된다.

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쥔 것은 전술과 기술 우위다. 러시아가 쥔 것은 병력·화력·산업 기반의 우위다. 드론 캠페인의 실질 성과는 전황 역전보다, 서방의 추가 지원을 끌어내고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에 가깝다. 이 전쟁은 '영토 확보 경쟁'에서 '지속 가능성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배우는 쪽은 나토"… 전쟁의 문법이 바뀐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군사 기술 실험장이 됐다. 미국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가 표적 분석 소프트웨어로 관여한다. 그러나 특정 기업 하나에 기대는 구조는 아니다. 우크라이나 자체 전장관리체계 '델타', 방산 스타트업 플랫폼 '브레이브원',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가 함께 얽힌다. 이들은 탐지에서 타격까지 이어지는 '킬체인'을 수 초 단위로 줄인다.

나토도 배우는 처지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2, 20255월 에스토니아 헤지호그 훈련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요원 약 10명이 델타를 들고 하루 만에 가상 적군 2개 대대를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영국은 올해 2월 우크라이나 노하우를 활용한 저비용 방공·자율 드론 공동생산 계획(LEAP)을 내놨다. 다만 AI에 표적 판단을 맡기는 자율 공격은 오폭 위험을 안는다.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여전히 미국의 선택이다.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122일 모스크바에서 푸틴과 회담했다. 크렘린은 이란 사태가 마무리되면 이들이 다시 오길 기대한다.

다만 미국 측은 새 논의 거리가 있을 때만 방문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전쟁이 '영토'에서 '지속 가능성' 국면으로 넘어간 지금, 러시아의 재정 체력과 서방의 지원 의지가 맞물리는 이 소모전은 에너지·방산·환율 등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