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도 스페인·독일 등 조인, 사거리 2000km 러 보급기지 정조준
트럼프 방위비 압박속 유럽 독자행보…美 우산 벗어나 미사일주권 확보
트럼프 방위비 압박속 유럽 독자행보…美 우산 벗어나 미사일주권 확보
이미지 확대보기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탄도·순항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영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12개 우방국이 향후 10년간 총 506억 6000만 달러(약 76조 원)를 투입해 러시아 심장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초장거리 미사일 방위망을 구축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조치에 대응해,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력 자산에만 의존하던 기존 안보 틀을 깨고 독자적인 대응 타격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다.
지난 8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영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튀르키예, 네덜란드 등 나토 12개 회원국 정상들은 차세대 장거리 정밀 타격(Deep Precision Strike·이하 DPS) 능력을 획득하기 위한 메머드급 공동 금융 및 개발 연대 협정에 공식 서약했다. 이번 협정에 서명한 12개국은 대한민국과 긴밀한 방산 협력을 조율 중인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포함해 대륙방위의 핵심 축인 독일·프랑스와 북유럽 3국인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그리고 덴마크,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이다.
냉전 이후 최대 규모 '76조 미사일 우산'…사거리 2000km 스텔스·초음속 미사일 확보
이번에 조인된 506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는 단일 무기 구매 계약이 아닌, 유럽 전역에 파편화되어 있던 국가별 미사일 개발 계획을 하나의 거대한 금융·조달 플랫폼으로 묶는 재정적 우산 역할을 하게 된다. 주도국인 영국은 우선 30억 파운드(약 40억 달러)의 초기 자금을 즉각 투입해 독일과의 양자 미사일 프로젝트인 '트리니티 하우스(Trinity House)'와 프랑스·이탈리아 삼각 동맹의 '스트라투스(Stratus)' 프로그램을 전격 가동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이 남긴 교훈…'미국 공백' 메우기 위한 유럽의 실리적 생존 투쟁
유럽 우방국들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을 미사일 주권 확보에 쏟아붓는 배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선 후방 깊숙이 위치한 적의 군수 보급선을 정밀 타격하는 능력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임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와 중동 분쟁 집중으로 인해 유럽 내 미군 전력이 일부 조정되면서 발생한 안보 공백을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위기감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19년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조약이 파기된 이후 러시아가 이스칸데르와 킨잘 미사일을 유럽 국경에 전진 배치하는 동안 동맹국들은 이렇다 할 장거리 대응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었다.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12개국 연대 출범이 기존의 지지부진했던 유럽 장거리 타격 협의체의 한계를 깨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물적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독자적인 장거리 순항미사일 프로그램을 보유하지 못했던 스페인이 이번 76조 원 규모의 대량 조달 체계에 공식 합류함에 따라, 미군 투사의 핵심 기지인 로타(Rota)와 모론(Morón) 기지의 전략적 가치도 덩달아 격상될 전망이다. 나토 군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연대는 단순한 무기 획득을 넘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유럽 내 군사적 리더십 재확립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맞서 유럽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전략 자율성을 증명해 보인 일대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