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이사회 진입엔 기회…기존 이사 해임·정원 확대는 특별결의
지분 20.15% 확보했지만 '단순투자' 유지…이사 추천·주주제안도 아직
지분 20.15% 확보했지만 '단순투자' 유지…이사 추천·주주제안도 아직
이미지 확대보기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 자리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지분율 역전이 곧바로 경영권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이사회 진입 기회는 넓어졌지만 기존 이사진을 교체하거나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별도의 주주총회 절차와 의결 요건을 넘어야 한다.
5일 한진칼과 호반그룹 공시를 종합하면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은 20.15%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7%에 0.42%포인트 차로 접근했다. 지분을 추가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최대주주 지위 자체가 곧바로 이사회 장악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한진칼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상한을 11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임기가 남은 이사를 교체하려면 해임안을 주총에 올려야 하고 정원을 다시 늘리려면 정관을 바꿔야 한다.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항이다.
최수영 제이엘워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호반이 자체 지분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규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로 가능하지만 기존 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사회 정원까지 찬 상태라면 기존 이사를 먼저 해임해야 새 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같은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도 삭제했다. 개정 정관은 지난달 10일 이후 처음 소집되는 이사 선임 주총부터 적용된다. 두 명 이상의 이사를 뽑을 때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신규 이사 선임에서는 호반에도 기회가 생긴다.
최 변호사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면 소수 주주라도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어 이사 선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이사의 임기가 끝나 자연스럽게 자리가 생기는 경우와 임기 중인 이사를 밀어내야 하는 경우는 전혀 다른 문제다. 집중투표제가 이사회 진입의 문을 넓힐 수는 있어도 기존 이사회 구도를 곧바로 뒤집어주는 장치는 아니라는 의미다.
집중투표제의 실제 효과도 선임 이사 수와 주주별 표 배분에 따라 달라진다.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개별적인 지분 구성을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호반이 20%대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확보 가능한 이사 수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호반은 지난 7월 한진칼 지분을 20.15%까지 늘린 뒤에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영 참여 목적의 변경이나 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도 공개되지 않았다.
최수영 변호사는 실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면 이사회 결의에 필요한 수준의 이사 수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주주제안 등을 통해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고 다른 주주들의 표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분 추가 매입으로 최대주주 순위를 바꾸는 것과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은 별개의 단계다. 호반이 실제 경영권 경쟁에 나선다면 보유 목적 변경과 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표 대결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기존 이사의 임기와 특별결의 요건도 그대로 남는다.
최승재 변호사는 집중투표제가 호반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실제 영향은 개별적인 지분 구성을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경·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