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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기업지배구조 효과"… 日 기업 향한 외국인 M&A '역대 최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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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기업지배구조 효과"… 日 기업 향한 외국인 M&A '역대 최대' 폭발

1~9월 전체 거래 건수 3,883건으로 1985년 이후 최고치… 인바운드 M&A 20% 급증
해외 PE 거래액 40% 늘어난 6.2조 엔 돌파… EQT·베인 등 글로벌 자금 수조 원 집중
소유주 고령화에 내년 '소득세 인상' 임박하자 지분 매각 러시… 사업 승계 833건 달해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개혁과 엔저, 세제 개편 등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 주도의 M&A 거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일본 자본시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개혁과 엔저, 세제 개편 등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 주도의 M&A 거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일본 자본시장. 사진=로이터
도쿄증권거래소(TSE)의 기업가치 제고(PBR 개선) 압박과 구조적인 엔화 약세, 내년으로 다가온 대주주 과세 강화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와 외국계 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사들이고 있다.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일본 재계가 경제산업성의 인수 지침 개정과 주주 행동주의 확산에 힘입어 사업 매각과 비상장화(상장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본 M&A(인수합병) 시장이 글로벌 대체투자 자금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10월 1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일본 M&A 전문 리서치 기관 레코프 데이터(Recof Data)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 기업이 참여한 전체 M&A 건수는 총 3,883건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85년 이후 40여 년 만에 9개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인바운드 거래액 40% 폭증… 아폴로·EQT·베인 대규모 펀드 실탄 장전


특히 해외 투자자가 일본 기업을 인수하는 '인바운드(Inbound) M&A'의 기세가 매섭다.

올해 1~9월 외국 기업 및 사모펀드의 일본 내 인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26건에 달했다.

거래 금액은 40% 급증한 6조 2,000억 엔(약 392억 달러·한화 약 53조 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총액을 넘어섰다.

금액 기준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주도한 거래 금액만 14% 늘어난 5조 5,000억 엔에 달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5,900억 엔을 투입해 글로벌 판유리 제조사 니폰시트글라스(NSG)를 공개매수한 뒤 비상장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워버그 핀커스 역시 학생 기숙사 및 주거시설 운영사인 J.S.B.를 약 2,000억 엔에 인수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실탄도 두둑하다.

유럽계 EQT는 지난 4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겨냥한 156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고 이 중 수천억 엔을 일본 시장에 배정했다.

미국 베인캐피털 역시 5월 결성한 105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펀드 중 절반가량을 일본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EQT와 '베인-LY(라인야후) 컨소시엄'은 일본 1위 맛집 예약 플랫폼 타벨로그(Tabelog)를 운영하는 카카쿠닷컴(Kakaku.com)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TSE의 'PBR 1배' 압박과 사업 카브아웃… 르네사스 수천억 차익


외국계 자본의 진입을 촉진한 1등 공신은 일본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이다.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PBR 1배 이하 탈출을 요구하며 주주환원과 비핵심 사업 정리를 강하게 압박하자, 대기업들이 비주력 부문을 떼어내 파는 '카브아웃(Carve-out·사업 분할 매각)'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일본 차량용 반도체 대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타이밍 디바이스 사업부를 미국 팹리스 기업 사이타임(SiTime)에 매각하며 이번 3분기(7~9월)에만 4,433억 엔의 매각 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다.

여기에 2023년 경제산업성이 적대적 M&A에 대한 무조건적 방어를 금지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하도록 명시한 '기업 인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경영권 분쟁과 M&A에 대한 일본 사회의 보수적 터부가 깨졌다.

키요타 아키라 시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재팬 투자은행(IB) 공동대표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일본 M&A 시장의 룰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완전히 일치시켰다"며 "일본 시장의 인수합병 생태계는 앞으로 더욱 역동적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대주주 과세 30%' 인상 앞두고 오너 일가 매각 러시


세제 개편에 따른 '막차 매각' 수요도 불을 붙였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연간 금융소득 1억 6,500만 엔 초과 구간에 대해 최소 3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 3억 3,000만 엔 초과 시 적용되던 22.5% 세율에서 과세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추가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중견·중소기업 창업주와 오너 일가들이 연내 지분 매각을 서두르면서 사모펀드에 매각 자문을 구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레코프 데이터에 따르면 1~9월 창업주 은퇴와 고령화에 따른 '사업 승계형 M&A'는 83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해 2007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움직임이 인수 금융 차입 비용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고금리 환경과 비교하면 일본의 조달 금리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낮아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재팬 바이(Buy Japan)' 열풍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