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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8)]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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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8)]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18)

여인은 그제야 송구해서 허리를 굽실대어 말했다. 이때 명식의 아버지가 헐레벌떡 달려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설사를 쏟아내고 아픈 배를 움켜잡고 울어대자 부랴부랴 읍내 약국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을에서 읍내까지 갔다가 오는데 10리는 족히 되는 거리였다. 자전거도 없이 뜀박질로 갔다 온 터라 숨이 턱에 차서 헉헉 대다가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저어기 안심이 되었던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후유!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쓸데없이 발품만 팔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성민은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여인에게 자식들의 똥 맛을 보라 했던 것은 마침 그녀가 낳은 자식과 전처 자식 둘을 기르고 있어서였다. 낳은 자식보다 전처 자식을 더 애지중지한다는 선희의 말을 듣고 인간의 진실과 거짓 이 두 양면성을 알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똥 맛을 보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여인은 자신이 낳은 자식의 똥은 더럽다는 생각 없이 맛을 보고는 시큼하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러나 끔찍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전처 자식의 똥은 아직 어려서 구린내가 훨씬 덜할 텐데 냄새만 맡고도 구역질부터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여인의 내심은 낳은 자식은 사랑하고 낳지 않은 전처 자식은 겉으로만 사랑하는 체하고 사실은 미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성민은 고개를 가로저었었다. 만약 낳지 않은 전처 자식을 정말로 미워했다면 아무리 겉으로 애지중지한다 해도 남몰래 구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리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낳은 정 만큼이나 기른 정도 깊어보였다. 그런데도 왜 그랬을까?

“그렇구나!”

한성민은 오래지 않아 깨닫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여인은 똥 맛을 보는 순간, 자기 뱃속으로 낳은 자식과 낳지 않은 자식이란 잠재된 의식이 즉시 차별심을 일으켰음이 분명했다. 그것은 세속적 사랑의 감정 뒤에 도사리고 있는 미움과 같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낳은 자식이 아니라는 뿌리 깊은 인식이 의식적으로 진실처럼 포장해온 사랑이 부지불식간에 무너졌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 아름다움은 이미 추악한 것이라 하였다. 그리 보면 친자식의 똥이 더럽지 않아서 맛을 본 그 깊은 사랑 역시 그 뿌리는 진실한 사랑은 아니라 하겠다. 남의 자식 똥은 더럽다는 인식을 깔고 나온 상대적인 의식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더럽다 더럽지 않다는 차별심이 없어야 진실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한성민은 그 여인이 두 아이의 똥을 맛볼 때의 표정에서 그러한 인간의 양면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태연히 똥 맛을 볼 수 있었다. 그 마음에 더럽고 더럽지 않음을 차별하지 않고 그저 먹는 음식쯤으로 생각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똥을 입에 넣어 입맛을 다시며 맛까지 보았으나 구리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천하계미지위미사악이)

천하에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모든 아름다움은 추한 것이고.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개지위지선사불선이)

모든 착하다고 알고 있는 착함은 착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했으므로 만 가지는 상대적인 데서 비롯된 마음의 장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