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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 ‘강동 고덕지구’ 현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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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 ‘강동 고덕지구’ 현장에선···

[2015수도권전세대란①] 현재 재건축 이주수요 5000가구...전세매물 최고 50명 대기, 월세도 빠르게 오르는 중

▲오는3월재건축이주가시작될서울강동구고덕주공2단지
▲오는3월재건축이주가시작될서울강동구고덕주공2단지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여기도 별게 없데, 명일동으로 한번 가봐야겠어”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고덕 주공2단지에 살고 있는 이 모씨(62세)가 주변 공인중개사에 들렀다가 나오면서 딸에게 상황을 알렸다. 이 씨는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오는 3월2일부터 이주가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요즘 여기저기 부동산에 들러보는 게 일이다.
그는 “여기 보증금 빼서 나가려면 우린 갈 곳이 없어. 이젠 부동산도 안 가보려고...뭔가 물건이 있다고 해서 나가보면 이미 다른 부동산에서 채갔다고 하거나 대기자가 많아서 전화를 해봐야 한다고 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이자가 낮으니 여기 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거의 다 내놓는다”며 “여기가 말이 서울이지, 80년대부터 서울서 가장 못사는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던 곳이라 그만한 월세를 내고 들어갈 형편이 있는 세입자는 몇 안된다”고 푸념했다.

수천세대 재건축 이주수요 한꺼번에 몰려 전세경쟁 치열...“주인 부르는게 값”


요즘 강동구 고덕주변이 전세매물이 없어 난리다. 지난해 말 재건축으로 인해 고덕주공 4단지(400여 세대)의 이주가 시작된 이후 올 3월부턴 2700여 세대에 달하는 주공 2단지가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3개월도 안돼 3000세대가 넘는 이주수요가 발생하면서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주공 2단지 세입자들은 벌써부터 인근 부동산마다 전세만기 예정물건에 대해 경쟁적으로 대기를 걸어놓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0.16%로 지난해 9월 0.17%를 기록한 이후 16주 만에 최고를 나타냈으며, 그중에서도 강동 지역은 0.63%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일동의 A공인중개업자는 “언론에서 시세가 2000만원 올랐다, 3000만원 올랐다 말하지만 사실 그게 시세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지금은 전세 같은 경우 매물자체가 없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며 “그나마 주인들은 이주비라도 2~3억원 받고 나가니 여유가 있지만 세입자들은 주공 2단지의 경우 많아야 1억 원 정도라 같은 주공 5~7단지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5~7단지도 월세매물은 일부 있지만, 전세는 나오면 바로 대기자가 빼가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여기 주변에 구하는 걸 포기하고 인근 명일동이나 암사동 아파트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가거나 대출이 여의치 않으면 하남이나 남양주 등의 다세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고덕 주공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미사지구 새 아파트들이 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 2억3000만~2억4000만원(25평), 민간아파트는 보증금 2억대 후반(30평대 기준)에 전세로 갈수 있지만 아직 지하철역이 개통 전이고, 애들 학교문제가 걸리는 세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또 다른 B공인중개업자는 “애들이 없는 세입자들은 지금 보증금에서 1억 원 정도만 대출받으면 새 아파트로 갈수 있으니 미사로 가는 경우도 많다”며 “다만 LH 임대아파트가 현재 전매도 금지되고 전세도 합법적으로 놓을 수 없다보니 소유자와 공동거주로 들어가야 하는 찝찝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강동구명일동삼익그린맨션
▲서울강동구명일동삼익그린맨션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덕주공에서 지하철역으로 두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인근 명일동과 암사동의 기존 아파트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특히 명일동에선 삼익그린 1차아파트 1500여세대도 최근 재건축 관리처분 계획이 승인되면서 전세매물 구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명일동의 C공인중개업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고덕 주공에서 넘어오는 수요로 인해 여기도 전세는 없고 월세만 간혹 나오는 상태”라며 “일부 인기 있을만한 전세 예정매물은 경쟁자가 50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여기 LG아파트 25평 전세가가 지난달만 해도 2억5000만~2억7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는데, 최근 3억원에 나간 경우도 있다”며 “인근 암사동도 여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보니 천호동 다세대 신축빌라나 연립으로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삼익 1차에 살고 있다는 주부 신 모씨(37세)는 “인근 빌라를 알아보니 가격은 대충 맞는데 주차장도 협소하고 지하철역하고도 멀리 떨어져있어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다”며 “매스컴에서 자꾸 이 쪽 전셋값이 올라간다고 하니 주인들이 더 호가를 높이거나 월세로 돌리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매값도 일부 상승...덩달아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분양문의도 증가


이렇게 전세매물이 귀하고 은행금리가 낮다보니 월세도 보증금은 점점 낮아지는 반면 매월 나가는 세는 점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매매값도 일부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암사동 인근 D공인중개업자는 “25평 아파트 매매값이 3억2000만원인데 전셋값이 2억9000만원까지 올라왔으면 말 다한 것 아니냐”며 “아직까진 전세나 월세를 더 선호해 매매값이 덜 움직이고 있지만, 3월 이후 고덕주공과 명일 삼익의 이주가 본격 시작되면 다른 데로 갈 수 없는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아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고덕 2단지(16평기준)의 경우 지난 12월 국토부 실거래가가 5억 원이었지만 이달 동일 한 평형대가 5억12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덩달아 혜택을 보는 데가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미분양에 시달리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분양률이 요즘 크게 올랐다. 일부 30평형대 물량은 최근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평일에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졌고, 주말에는 밤늦게까지 상담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강남이나 서초에서 전셋값이 비싸 이쪽을 알아보는 고객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고덕이나 명일동 등과 같은 데서도 문의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총 3658세대 중 1114세대가 일반 분양중이다. 작년 4월부터 본격 분양을 시작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세월호 여파로 광고나 홍보가 여의치 않아 아직까지 분양을 마감하지 못했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1950만 원선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고덕과 명일동 주변 지하철역 등지에서 분양홍보 도우미들을 대거 배치해 막판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담당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와 월세 선호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입주물량이 감소된 영향이 크다”며 “부동산 3법 통과로 재건축 수요도 일부 있겠지만, 매매값이 크게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고덕 재건축 주변 단지처럼 올해 이주가 본격화된 지역에서는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이주가 시작된 고덕 주공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초나 잠원 등도 재건축 이주수요로 인해 주변 아파트 전셋값을 올리고 있고, 가락시영 등 이미 이주가 완료된 기존 아파트들이 철거를 앞두고 있어 공급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영향도 전셋값 상승세를 부축이는 또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