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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괴물 칩 M4, 온디바이스 AI 시장 판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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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괴물 칩 M4, 온디바이스 AI 시장 판도 흔들까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한 M4칩을 탑재한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프로의 모습.  사진=애플 유튜브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한 M4칩을 탑재한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프로의 모습. 사진=애플 유튜브 갈무리
애플이 7일(현지 시각) 아이패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선보인 차세대 M4 칩이 화제다.

이전 세대 M3 칩이 나온 지 불과 7개월여 만에 차세대 모델을 선보인데다, 맥(Mac)이나 맥북(Mac Book) 등 PC 제품군이 아닌 아이패드 프로에 먼저 탑재되어 출시됐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관례를 깨고 선보인 M4 칩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플은 “M4는 역대 가장 빠른 뉴럴 엔진(Neural Engine)을 탑재했다”며 “초당 38조 회(38 TOPS)에 달하는 연산 처리 능력을 갖춘 M4의 뉴럴 엔진은 현존하는 모든 AI PC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능가하는 속도를 자랑한다”고 유독 인공지능(AI) 성능을 강조했다.

뉴럴 엔진은 애플이 NPU를 부르는 고유 명칭이다. 머신러닝(ML) 등 AI 관련 기능을 가속하고 성능을 높이는 데 특화되어 있다.

애플의 호언장담은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PC’란 이름으로 출시된 신형 노트북의 인텔 ‘코어 울트라’ 칩 내장 NPU 성능은 초당 11조 회(11 TOPS), AMD ‘라이젠 8000’ 및 ‘라이젠 프로 9000’ 칩의 내장 NPU 연산 성능은 초당 16조 회(16 TOPS) 수준이다. 애플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M4의 NPU 성능은 이들의 2배를 훨씬 넘는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M4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기반 챗봇 서비스들은 모두 이들이 구축한 AI 클라우드를 통해 구현된다. 즉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만 AI 기능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의 NPU만 사용해 AI 기능을 구현함을 의미한다. 클라우드 기반 AI보다 성능과 속도, 정확성 등은 떨어지지만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고, 추가 비용(구독료 등)을 내지 않아도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필수 요소인 언어모델(LM)을 최적화해 탑재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 수준의 기기에서도 생성형 AI의 핵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4 시리즈의 실시간 AI 번역 기능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온디바이스 AI의 성능은 NPU의 성능에 비례한다. 애플이 M4의 뉴럴 엔진 성능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PC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는 ‘AI PC’ 분야를 노린 포석인 셈이다.

다만, 애플이 M4만으로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휘어잡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M4의 뉴럴 엔진 성능을 활용하기 위한 애플 자체의 생성형 AI 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자체 AI 모델이 없으면 문서 요약, 텍스트 및 이미지 생성, 실시간 번역 등 생성형 AI의 핵심 기능을 온디바이스 AI로 구현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빨라도 6월에 열리는 연례 개발자 포럼인 ‘WWDC 2024’로 예상한다. 즉 이번 M4 칩은 아직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인 셈이다.

경쟁사들도 AI 성능이 더욱 향상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 본격적으로 PC 시장에 뛰어드는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의 NPU 성능은 M4보다 약 20% 더 빠른 45 TOPS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과 AMD도 올해 말까지 신형 칩의 NPU 성능을 퀄컴과 비슷한 성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M4 칩의 경쟁력도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M4 칩만으로 애플이 경쟁사들과 벌어진 AI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