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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에너지스타’ 폐지 추진…산업계·환경단체 “소비자·기업 모두 피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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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에너지스타’ 폐지 추진…산업계·환경단체 “소비자·기업 모두 피해” 반발

지난 1월 21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에벤데일의 물류창고에 보관된 냉동고 박스에 에너지스타(Energy Star) 로고가 부착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21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에벤데일의 물류창고에 보관된 냉동고 박스에 에너지스타(Energy Star) 로고가 부착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30여 년간 운영돼온 에너지 효율 인증 프로그램 ‘에너지스타(Energy Star)’를 폐지할 계획이지만 관련 업계와 환경단체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EPA는 최근 전 직원 회의에서 산하에 둔 대기보호국을 해체하고 이 조직이 관할해 온 에너지스타 프로그램도 종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의 당시 제시된 내부 슬라이드에는 “재편 또는 폐지되는 조직의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에너지스타는 지난 1992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도입된 자발적 인증 프로그램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가전제품과 건물에 파란색 라벨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친환경 선택을 유도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엔 컴퓨터·모니터 등에만 적용됐지만 이후 냉장고, 세탁기, 조명, 상업용 건물 등으로 확대됐다.
2023년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스타는 도입 이후 약 5000억 달러(약 682조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함께 약 40억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미국 가정의 90%가 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위치한 조직명이 ‘기후 보호’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ACEEE)의 스티븐 네이델 대표는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추진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샤워기의 물 사용량 제한을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샤워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에너지 효율 기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정책 폐지 방침에 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가전제품제조업체협회(AHAM), 에어컨·냉장기기협회(AHRI) 등 50여개 단체는 지난 3월 20일 리 젤딘 EPA 청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에너지스타는 정부와 민간의 성공적인 비규제 협력 모델”이라며 “폐지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제품 성능과 선택의 폭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 에번스 미국그린빌딩위원회(USGBC) 연방 입법 국장도 “에너지스타는 연간 3200만 달러(약 437억원)의 예산으로 400억 달러(약 54조5600억원)의 절감 효과를 내는 가성비 최고의 공공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EPA에서 고위직을 지낸 조셉 고프먼은 “이 조치는 국민을 돕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전면적 적대감이 반영된 이념적 결정”이라며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에너지스타 인증을 받은 주택 건설에는 현재 2500달러(약 341만원)의 세액공제가 적용되며 에너지 효율 창호나 문을 설치할 경우 최대 600달러(약 82만원)의 세제 혜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공제 역시 공화당이 추진 중인 기후법 폐기 방침에 따라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