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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26% 코앞... 인도가 美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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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26% 코앞... 인도가 美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 이유

D-5일, 8월1일 마감인데도 ‘태연자약’... "중국 견제 카드로 협상 주도권 장악"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오른쪽)가 4월 21일 뉴델리 자택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부전 여사 우샤 밴스 여사, 자녀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오른쪽)가 4월 21일 뉴델리 자택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부전 여사 우샤 밴스 여사, 자녀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각국과 무역협정 재협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도가 미국과 무역협정 마감 시한을 앞두고도 여유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가 지난 25(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는 81일 무역협정 체결 기회가 마감되면 관세가 26%로 오를 예정인데도 협상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 같은 인도의 여유는 미국과 일본 간 무역협정이 지난 23일 발표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일본 협정은 미국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 접근 확대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처럼 인도 역시 상당한 규모의 투표권을 가진 현지 농민을 보호하려고 미국 농산물 시장 접근 확대에 맞서 왔다.

실제로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지난 24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농민의 이익과 중소기업의 이익에 매우 민감하며 우려 지역이 잘 보호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마무리된 영국과 무역협정에서도 인도는 관세 양보에서 가장 민감한 농업 부문을 보호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 견제 위한 핵심 동반자 지위 부각

전문가들은 인도가 미국과 협상에서 여유를 보이는 까닭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필요성을 꼽고 있다. 옵저버 리서치 재단의 하쉬 V. 팬트 연구 및 외교정책 담당 부사장은 CNBC"미국은 인도를 소외시키는 데 거의 관심이 없다""인도는 인도-태평양 지형을 형성할 수 있는 강력한 동반자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특히 중국에서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것이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 원칙인 상황에서 인도는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을 대신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경제 및 전략 책임자는 미국이 "중국의 세계 공급망 진출에 맞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함에 따라 제조업을 인도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타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탄은 "미국은 더 많은 기술과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 체인의 상위 계층 중 일부를 맡을 수 있는 반면, 인도는 더 저렴한 노동력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대국 경쟁을 관리하는 데서 인도의 몫은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팬트는 강조했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10개 신흥 경제국 그룹) 안에서도 인도는 미국에 유리한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팬트는 인도의 브릭스 참여가 뉴델리에 "미국-인도 거래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브릭스는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기관에 도전하고 세계경제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브릭스 정상회담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맞는 국가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18일에는 브릭스가 "실제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형성된다면" "매우,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과 브릭스 간 줄다리기에 휘말렸는데도 인도는 트럼프의 분노를 피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트럼프는 인도와 무역협정의 틀이 결승선에 가까워졌음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 여러 무역협정으로 협상 카드 확보

인도는 미국과 협상을 계속하면서도 더 많은 무역협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퀸시 연구소의 사랑 시도레 남반구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메일 논평에서 이것이 인도의 "여러 동맹 전략으로 바뀌는 흐름"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시도레에 따르면 영국 외에도 인도는 몰디브, 유럽연합(EU) 등과 무역협정 협상을 진전시키는 한편 "최대 세계 동반자인 워싱턴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여러 갈래 접근은 인도가 협상 테이블과 세계 경제 충격을 헤쳐나가는 데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브릭스 상공회의소의 사미프 샤스트리 부회장은 CNBC에 인도와 영국 간 양자 무역협정이 뉴델리가 자체 조건으로 거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모든 서방 강대국에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을 더 어려운 양보로 묶는다면 인도는 다른 곳에서 거래를 빨리 진행해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도레는 이런 접근방식이 단순한 위험 분산 전술이 아니라 "남반구를 옹호"하면서 다자주의를 목표로 하는 떠오르는 강대국으로서 인도의 더 넓은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미즈호은행의 바라탄은 인도가 "트럼프가 대체 통화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 이 역시 인도와 미국 협상에서 또 다른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