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대두 2500만 톤 구매·희토류 유예 합의...6년만 정상회담에서 관세 57→47% 인하, 근본 갈등은 미해결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양국은 일시적 휴전에는 성공했으나 장기적 해법 마련에는 진전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6년 만에 대면 회담을 갖고 상호 양보안을 도출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과 중국은 최근 몇 주간 격화한 보복 조치들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대두 해마다 2500만 구매, 관세율 10%포인트 인하
구체적 성과로는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재개가 꼽힌다. 중국은 오는 1월까지 1200만의 대두를 구매하고, 향후 3년간 해마다 최소 2500만을 사들이기로 약속했다. 무역 분쟁 이전 중국은 해마다 약 2500만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했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 농민들에게 정부 구제 자금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합의의 의미가 크다.
미국은 올해 초 펜타닐 관련 이유로 부과한 20% 관세를 10%로 절반 인하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따라 전체 관세율이 57%에서 4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한 이달 10일 발효할 예정이었던 이른바 '상호 관세' 인상을 1년 연장 유예했다. 조선업 조사로 촉발한 항만 수수료도 중단했고, 중국도 이에 따라 부과했던 선박 수수료를 철회했다.
희토류 수출 규제 1년 유예
양측은 최근 긴장을 고조시킨 조치들도 한발 물러섰다. 베선트 장관에 따르면 미국은 규제 대상 중국 기업을 약 2000개에서 1만 개 이상으로 확대한 '계열사 규칙' 변경을 1년간 유예했다. 중국은 자동차, 반도체, 군사 장비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 수출 통제를 역시 1년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희토류는 자동차, 항공기, 군사 장비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들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61%, 가공 능력의 약 92%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이달 9일 발표한 수출 제한 조치는 해외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으나, 이번 유예 합의로 당분간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더 고급인 블랙웰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중국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2V리서치 "시진핑 큰 승리"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예상보다 더 크고 빠른 양보를 했다고 분석했다. 농민들의 파산이 늘어나고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한 단기 대안이 없는 가운데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2V리서치의 중국 연구 책임자 마이클 허슨은 "이는 시진핑에게 경제적 측면에서, 특히 국내외 선전 측면에서 큰 승리"라며 "시진핑은 고통스러운 양보 없이 관세, 수출 통제, 항만 수수료에서 트럼프를 후퇴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장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여전히 압도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어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말레이시아, 호주 같은 동맹국과 서둘러 협정을 체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수년이 필요해 당분간 중국의 대미 영향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디움그룹의 로건 라이트 파트너는 "중국 경제는 세계가 자국 수출 잉여를 사들이는 데 달려 있다"며 "양국 모두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 영향력을 쓸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틱톡·에너지 거래 불확실
많은 쟁점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베선트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협상가들이 마련한 합의안이 11월 초에 조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 미국의 대중 기술 제한 조치 상당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중국이 수개월 전 시행한 희토류 통제도 마찬가지다.
국제 정치도 잠재적 마찰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인 중국의 역할도 다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는 중요한 지점이다.
바이트댄스의 틱톡 사업에 대한 미국 거래 승인과 중국이 알래스카에서 대규모 석유·가스 거래에 참여할 가능성도 불확실한 상태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 에너지를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했고, 베선트는 중국이 곧 틱톡 합의를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오는 4월 베이징 국빈 방문 계획이 단기적 안정성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만 오판의 여지는 광범위하다.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담당 파트너이자 전 국무부 베이징 부대사였던 데이비드 밀은 국내 정치와 기타 국가 안보 우려가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리엄블레어의 신흥시장 성장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비비안 린 서스턴은 100분간의 회담 후 양측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두 지도자 모두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장에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트럼프가 지난 4월 발표한 '해방의 날' 관세 이전의 입장으로 대체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 이후 중국과 미국 주식 모두 올랐다. 이는 투자자들이 긴장 고조 때마다 더 온건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