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삼성SDI·SK온, 북미 중심 ESS 수주·생산 확대
전기차 출하량에서 ESS·LFP·현지 생산능력으로 실적 변수 이동
전기차 출하량에서 ESS·LFP·현지 생산능력으로 실적 변수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배터리 3사, 적자 속에서도 ESS 전략 부각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5550억 원, 영업손실 2078억 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삼성SDI는 매출 3조5764억 원, 영업손실 1556억 원을 기록했다. SK온도 매출 1조7912억 원, 영업손실 3492억 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숫자만 보면 업황은 여전히 어렵다. 다만 세 회사가 공통으로 강조한 방향은 ESS다. 전기차 중심 성장 공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ESS와 LFP 배터리, 북미 현지 생산능력이 하반기 실적을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LG엔솔, 북미 ESS 생산능력 50GWh 이상 확대
ESS 사업의 매출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 말 30% 중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EV 배터리 가동률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ESS가 포트폴리오 보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통형 배터리 수주도 실적 회복의 또 다른 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중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신규 수주를 100GWh 이상 확보했고, 4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440GWh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 회복만 기다리기보다 ESS와 원통형 배터리를 함께 키워 수익성 회복의 발판을 넓히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 생산세액공제(AMPC)에 대한 의존도는 부담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손실에는 AMPC 1898억 원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하면 손실 폭은 더 커진다. 정책 수혜가 실적 방어에 기여하고 있지만 본업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삼성SDI, ESS로 적자 축소…하반기 흑자전환 목표
삼성SDI도 ESS를 수익성 회복의 핵심축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1분기 배터리 부문에서 적자를 이어갔지만, 전력용 ES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백업유닛(BBU) 등 전방시장 수요 회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ESS용 배터리에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데이터센터와 전력용 ESS 프로젝트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도 ESS용 배터리 판매 확대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주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업체와 2조 원대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L&F와 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LFP 양극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 현지에서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 SBB 2.0 양산을 본격화하는 것이 올해 수익성 개선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SK온, 첫 ESS용 LFP 공급…조지아 라인 전환 추진
SK온도 ESS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올해 1분기 적자를 이어갔지만 전분기 대비 손실 폭을 줄였다. 유럽 전기차 판매 회복으로 가동률이 일부 개선된 가운데 ESS를 새 성장축으로 키우는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SK온은 미국 Flatiron Energy Development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7.2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의 첫 ESS용 LFP 공급 사례다. 회사는 2026년 하반기 ESS 전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산라인 전환도 추진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로 가동률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존 설비를 ESS용으로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세 회사를 관통하는 키워드, ESS·LFP·북미 생산
업체별 속도와 방식은 다르지만 세 회사의 전략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핵심 키워드는 ESS, LFP, 북미 현지 생산이다.
첫째는 전기차 라인의 ESS 전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네시 얼티엄셀즈 2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SK온은 조지아 공장 일부를 ESS 전용 라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도 미국 현지에서 LFP 기반 ESS 제품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둘째는 LFP 전략의 확대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 시장에서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러나 ESS 시장에서는 에너지 밀도보다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긴 수명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꼽힌다. 무게와 부피 부담이 전기차보다 작기 때문에 LFP의 약점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다.
셋째는 북미 생산능력이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투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대형 ESS 수요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 요구가 강해지면서 북미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기회를 노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이 장악한 ESS 시장, 북미가 변수
ESS는 성장 시장이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에 쉬운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이미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의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키워왔다.
국내 업체들이 NCM 중심 전략을 유지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LFP를 앞세워 ESS 시장을 선점했다. ESS용 LFP 배터리는 단가가 낮고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업체들이 뒤늦게 LFP 대응력을 키우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의 원가 경쟁은 여전히 부담이다.
그럼에도 북미 시장에서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 고객사들이 공급망 안정성과 현지 조달을 중시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현지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은 납기 대응력과 품질, 정책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ESS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ESS가 배터리 업계의 부진을 단기간에 모두 해소할 해법은 아니다. 가장 큰 장벽은 수익성이다. ESS용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단가가 낮아 마진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생산라인 전환에 따른 초기 비용과 램프업 부담도 단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주에서 실적까지의 시차도 변수다. SK온의 ESS 공급 물량은 2026년 이후 본격화되고, 삼성SDI의 미국 ESS 공급도 2027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확보한 수주가 당장 실적을 크게 바꾸기보다는 중장기 가동률과 고객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더 크다.
미국 정책 변화도 지켜봐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과 배터리 생산세액공제, 현지 생산 요건 등 정책 방향에 따라 북미 투자 전략의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ESS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도 단순한 수요 대응을 넘어 정책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전기차 캐즘 속에서 ESS는 가동률을 방어하고 고객군을 넓힐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중심 성장 공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ESS 수주와 북미 LFP 생산능력은 하반기 배터리 업계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ESS는 2028년까지 전량 수주가 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견실한 ESS 출하와 EV 시장 회복으로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