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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일본·한국 기술력으로 '철강 자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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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일본·한국 기술력으로 '철강 자립' 승부수

특수강 수입 의존 탈피 위해 JFE·닛폰스틸·포스코 등과 잇단 동맹
자동차·인프라·그린스틸 공급망 내재화 본격화
인도 북부 칸푸르의 철강 생산 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북부 칸푸르의 철강 생산 공장. 사진=연합뉴스
세계 2위의 조강 생산국인 인도가 고부가가치 철강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본·한국 기업들과의 동맹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개발 열풍 속에서, 저가형 철강을 넘어 자동차와 에너지 기자재에 필수적인 특수강의 자립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와 관련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인도 현지 철강사들은 일본·한국의 선진 공정 기술을 수혈받아 '수입 대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과의 기술 동맹: 합작 생산과 고난도 강재 현지화


인도 철강 업계에는 최근 일본의 기술력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JSW스틸과 JFE스틸의 연대다. 양사는 지난달 인도 오디샤주에 합작 생산 시설을 공식 가동했다.

JFE스틸은 약 2700억 엔(약 2조 5547억 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으로, 단순 증산을 넘어 변압기·발전기 핵심 부품인 '방향성 전기강판(CRGO)' 등 고난도 제품의 현지 생산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최대 철강사 닛폰스틸 역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대규모 특수강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바자즈 그룹 계열의 무칸드 스미 특수강은 카르나타카주에 234억 5000만 루피(약 3719억 원)를 투입해 설비 확장에 나섰다.

자동차 부품용 단조강 분야에서는 바드만 특수강이 토요타 그룹 산하 아이치제강과 협력해 펀자브주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028년 본격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인도 자동차 부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의 차별화 전략: 직접 투자와 연관 산업 동반 진출


한국기업들은 일본과는 다소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이 주로 '기술 제휴를 통한 고부가가치 특수강 생산'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한국기업들은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 및 설비 공급'과 '자동차·가전 등 연관 산업과의 동반 진출'이라는 보다 입체적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의 인도 진출 핵심은 단연 포스코(POSCO)다. 포스코는 수년간 인도 내 일관제철소 건립을 위해 인도 정부와 협의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단순 철강 생산을 넘어 에너지와 인프라를 아우르는 복합 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보다 독자적 생산 거점 확보에 주력하는데, 이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고효율 공정 기술인 '파이넥스(FINEX)'를 현지에 직접 적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포스코는 현대자동차·기아 등 인도에 진출한 한국 완성차 및 가전 업체에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직접 공급하는 '내재화된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재 수출을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인도 시장에 뿌리내리는 그림이다.

설비 분야에서도 한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철강 설비를 제작·설치하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타타스틸, JSW스틸 등 인도 현지 기업의 설비 고도화 프로젝트에 잇달아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철강사들은 생산량 증대만큼이나 공정 효율화와 탄소 배출 저감 기술에 관심이 높다"며 "한국기업들이 보유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과 환경 관련 설비 기술이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지금인가… 구조적 수입 의존과 폭발적 성장 잠재력

인도의 1인당 철강 소비량은 여전히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 주도의 철도·인프라·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맞물리면서 고품질 철강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급 강재의 90% 이상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풀 마슈루왈라 무칸드 스미 특수강 CEO는 "인도가 세계 2위 조강 생산국이지만 특수강 분야의 구조적 수입 의존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합작은 단순한 상업적 제휴를 넘어 재생에너지와 자동차, 철도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자국 내로 끌어오려는 국가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시장의 거대한 소비 잠재력과 일·한 철강사의 기술 고도화 니즈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문화·인허가의 벽… 현실적 제약은 여전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미티 대학의 카베리 제인 박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철저한 안전 관리와 신중한 의사결정 체계는 속도전을 선호하는 인도 기업 문화와 종종 마찰을 빚는다.

특히 '근소한 사고(near miss)'를 대하는 태도 차이가 극명하다. 일본 기업이 수 시간씩 원인을 분석하는 반면, 인도 현장에서는 이를 가볍게 넘기는 경향이 있어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기업들 역시 같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인도 특유의 복잡한 토지 매입 절차와 관료적 인허가 규제는 외국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바드만 특수강의 경우 신규 공장 부지확보에만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등 이른바 '규제 비용'이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그린스틸로 뻗는 한일의 협력 지평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일본·한국의 철강 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사치트 제인 바드만 특수강 CEO는 "일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중장기 협력의 핵심축으로는 전기차(EV) 공급망과 그린 스틸이 부상하고 있다. 인도가 세계 4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돋움함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케이스와 고장력 강판 등 고부가가치 소재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포스코 등 한국기업들은 이를 겨냥해 인도 현지 가공 센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중립이 글로벌 철강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기업들의 수소 환원 제철 기술에 대한 인도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 저감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한국의 친환경 철강 공정 기술이 인도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가 '세계의 공장'을 넘어 '고급 강재 공급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일본식 정밀 품질 관리와 한국식 직접 투자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자국 산업 안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와 일본·한국 기업들이 함께 짜는 새로운 공급망 지도에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