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데이터센터 기저부하 매력에 7년 만의 최대 호황 가속… 가스·재생에너지 한계 보완
영·벨·이·스위스 규제 철회… SMR 연합 출범, 두산에너빌리티 등 'K-원전' 공급망 수혜 기대
영·벨·이·스위스 규제 철회… SMR 연합 출범, 두산에너빌리티 등 'K-원전' 공급망 수혜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붐에 따른 전력 수요 폭발이 유럽 전역의 에너지 지형도를 뒤흔들며 원자력 발전의 급격한 부활을 이끌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닷컴 보도에 따르면, 탈탄소화 목표와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가 맞물리면서 그동안 원전을 외면하던 유럽 주요국들이 규제를 풀고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유럽 각국이 가스 발전이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하고 있으나, 간헐성 문제가 없는 24시간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부하 대안으로서 원전이 다시 급부상한 결과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가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전력 밀도가 5배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탄소 전력을 하루 24시간, 일주일(7일) 내내 100% 무탄소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만 사용하겠다는 '24/7 무탄소 에너지(CFE)' 요구 조건이 강화되면서 원전의 가치는 더욱 치솟고 있다.
자본 몰리는 유럽 원전, 상반기 거래액만 30억 달러 돌파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원자력 부문 자산 거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로펌 화이트앤케이스와 시장조사기관 머거마켓이 집계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원자력 관련 거래는 총 25건으로 15억 달러(약 2조 2900억 원) 규모에 달했다. 이는 전년 10건(17건에서 조정)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이자 7년 만의 최고치다.
최근 전체 에너지 인수합병(M&A) 시장 내에서 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원전 자산의 거래 비중은 눈에 띄게 가속화하는 추세다.
원전 시장의 자금 유입 속도는 올해 들어 더욱 빨라졌다. 올해 6월 8일까지 발표된 거래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나, 총거래 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 5900억 원)를 기록했다. 불과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거래액의 두 배를 넘어선 셈이다.
화이트앤케이스의 시메나 바스케스-마이냥 프로젝트 금융 변호사는 "데이터센터 중심의 AI 전력 수요 급증으로 고밀도 청정에너지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원전이 이 요구를 충족할 독보적인 대안으로 인정받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처치 곤란'에서 'AI 구원투수'로… SMR에 2050년까지 53GW 배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라톰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원자력 분야에 3억 3000만 유로(약 5800억 원)를 투자한다. 이 중 2억 2200만 유로(약 3900억 원)는 핵융합 기술 상용화에 집중 배정했다. 민간 스타트업의 투자 위험을 줄이고 전문 인재를 양성해 차세대 에너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데이터센터 인근에 바로 지을 수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와 초소형 모듈형 원자로(MMR)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2050년까지 SMR 총용량을 최대 53GW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EU 전체 원전 용량인 112GW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이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유럽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증가분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브뤼셀 당국은 '유럽 SMR 산업 연합'을 출범하고 롤스로이스 SMR,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누워드 등을 유망 프로젝트로 선정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5개년 로드맵을 가동했다.
국내 원전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SMR 배치 가속화는 원자로 핵심 주기기 제작 역량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나 보조기기 공급 경험이 있는 비에이치아이, 그리고 송배전 인프라 공급망까지 국내 전력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수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원전 폐기하는 각국 정부… 빗장 푸는 영국·벨기에·이탈리아
주요국의 규제 환경도 완전히 돌아섰다. 과거 원전 폐쇄 정책을 전략적 실수로 판단한 10개 이상 EU 회원국들이 새 기후 계획에 원전을 다시 포함했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 규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원자로 설계 승인 절차를 대대적으로 간소화했다. 북웨일스에 25억 파운드(약 5조 원)를 들여 첫 SMR 부지를 선정했고, 테라파워의 나트륨 기술 등 첨단 원자로에 대한 안전 평가도 조기 안착시켰다.
벨기에는 2003년 제정한 원전 폐쇄법을 공식 폐기했다. 도엘 4호기와 티항 3호기의 수명을 2035년까지 연장한 데 이어 추가 10년 연장을 추진 중이며,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엥지로부터 자국 내 원자로 7기를 완전히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과거 국민투표로 원전을 금지했던 이탈리아도 부활 법안을 추진 중이며, 스위스 상·하원 역시 신규 원전 건설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다만 거대한 자금 유입과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기 지연과 초기 막대한 투자 비용 조달 문제는 유동성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히 장기 고정금리 조달 여건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에 따른 내부수익률(IRR) 변동성, 그리고 향후 선거 결과에 따른 각국 정권 교체 시 원전 정책이 후퇴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는 기관투자자들이 진입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변수다.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 3가지
유럽의 원전 르네상스 국면에서 국내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 SMR 연합의 공급망 진입 여부다. 한국 기업의 주기기 및 파이프 부품 수주 계약 규모를 밀착 감시해야 한다.
둘째, 영국 및 동유럽 대형 원전 수주 현황이다. 폴란드·체코에 이은 추가 노형 수출 계약 체결 여부가 주가 추진력의 열쇠다.
셋째, 글로벌 구리 및 변압기 단가 추이다. 원전 확대로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연동되어 효성중공업 등 국내 중전기기 업계의 실적에 직결된다.
과거 높은 초기 비용과 폐기물 문제로 외면받던 원전이 '전력 공급 안정성'과 '탈탄소'라는 새로운 거시적 기준 아래 재평가되고 있다. 이는 원전 산업이 단순한 방어적 '인프라 자산'에서 벗어나, 빅테크 혁명과 맞물린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경쟁이 촉발한 전력난은 유럽의 에너지 지형도를 원자력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 세계 산업계와 독보적인 시공·제조 능력을 보유한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