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000만·유럽 경유 5000만배럴…트럼프, 경유 수출금지 카드 철회
이미지 확대보기주요 7개국(G7)이 원유와 경유 비축분 1억배럴을 시장에 풀기로 합의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전체 물량의 약 90%를 부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전략비축유 4000만배럴을 내놓고 유럽은 경유 약 5000만배럴을 방출하며 나머지 물량은 아시아에서 공급하는 방안이다.
4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7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통해 1억배럴을 4개월에 걸쳐 방출하기로 지난 2일 합의했다.
FT는 세부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전략비축유에서 4000만배럴, 유럽에서 경유 약 5000만배럴이 공급되고 나머지는 아시아에서 충당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G7 공동성명 자체에는 국가별 물량이 공개되지 않았다.
◇미 4000만·유럽 5000만배럴…분담 윤곽
FT에 따르면 G7은 비축유 방출을 즉시 시작해 4개월 동안 진행하고 첫 20일 안에 상당량의 경유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에 대응해 IEA 회원국들이 합의한 4억배럴 규모 비축유 방출의 연장선에 있다.
IEA에 따르면 당시 약속한 4억배럴 가운데 현재까지 3억2500만배럴이 이미 시장에 공급됐다.
G7은 이번 1억배럴 방출을 기존 약속 가운데 이미 이행된 물량을 감안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유럽은 4억배럴 방출 계획의 일부로 정제유 7300만배럴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일부 유럽 국가가 아직 당시 약속한 물량을 모두 방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경유 수출금지 위협 철회
이번 합의로 미국은 경유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기존 압박에서 물러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수출금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이 대규모 경유 비축분을 내놓기로 한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역시 공급 확대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백악관은 협상 과정에서 유럽에 최소 1억배럴의 비축 경유를 풀도록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산 경유 수출을 막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유럽과 미국 석유업계는 미국의 수출금지가 현실화하면 세계 경유 공급을 더욱 압박하고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G7은 최종 공동성명에서 회원국 간 에너지와 에너지제품의 수출 제한을 자제하기로 약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G7 회원국들이 파트너 국가 사이에서 원유와 에너지제품 교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 발표에 유럽 경유 선물 8% 급락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유럽 경유 선물 가격은 합의 발표 이후 하락폭을 확대해 8% 떨어진 t당 1337.75달러(약 18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9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뉴욕항 인도 기준 도매 경유 가격도 약 2% 떨어진 갤런당 4.56달러(약 6140원)를 기록했다.
G7은 향후 IEA 차원에서 추가적인 경유 비축분 방출이 필요한지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석유업계는 수출금지 대신 동맹국과 비축유를 함께 푸는 방식을 환영했다.
미국석유협회는 G7이 원유와 정제유 1억배럴을 공동 방출하고 회원국 사이에서 수출 제한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유 200달러 웃돌자 정치·산업 압박 커져
G7의 이번 조치는 세계 경유 가격이 수주째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경유 가격은 최근 수주 동안 배럴당 200달러(약 26만9400원)를 웃돌았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유·수송망이 차질을 빚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은 데다 중국이 연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세계 정제유 시장의 공급 압박이 커졌다.
미국에서는 경유 가격 급등으로 농업지역을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들이 정부에 가격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아왔다.
결국 미국의 경유 수출금지 대신 미국과 유럽, 아시아가 비축유를 공동 방출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당장의 글로벌 공급 충격 위험은 낮아졌다.
다만 G7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경유 방출도 검토하기로 해 향후 가격 흐름과 실제 국가별 비축유 공급 속도가 다음 변수로 남았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