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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서 중공업 인프라로"… 손정의, 'SB 에너지' 앞세워 美 데이터센터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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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서 중공업 인프라로"… 손정의, 'SB 에너지' 앞세워 美 데이터센터 공략

오하이오주 파이크턴에 330억 달러 투입… 옛 우라늄 공장 부지에 10GW 가스발전·DC 캠퍼스 구축
나스닥 500억 달러 기업가치 상장 추진 중 시장 변동성으로 연기… 엔비디아 1,050억 달러 보증 제공
운영 중인 DC 전무·오픈AI 단일 의존도 80%… 주민 반발·터빈 품귀 등 난관 첩첩산중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프트뱅크 CEO 손정의, 오라클 회장 래리 엘리슨, 그리고 오픈AI CEO 샘 알트먼이 2025년 1월 21일 워싱턴에서 미국 전역에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합작 투자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프트뱅크 CEO 손정의, 오라클 회장 래리 엘리슨, 그리고 오픈AI CEO 샘 알트먼이 2025년 1월 21일 워싱턴에서 미국 전역에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합작 투자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알리바바, 암(Arm) 등 유망 기술 스타트업 지분 투자로 명성을 떨쳐온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승부처를 '에너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건설'이라는 초대형 물리적 인프라 사업으로 전격 전환했다.

소프트뱅크 산하 에너지 개발 자회사인 'SB 에너지(SB Energy)'를 첨병으로 내세워 미국 오하이오주에 330억 달러(약 44조 5,000억 원) 규모의 세계 최대급 가스발전 직결형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500억 달러(약 67조 5,000억 원)의 높은 기업가치를 내세워 추진하던 나스닥 상장이 시장 변동성으로 전격 연기된 데다, 오픈AI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0월 1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도쿄·미국 현지 르포에 따르면, SB 에너지는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턴의 폐쇄된 우라늄 농축 공장 부지(PORTS 캠퍼스)를 대규모 천연가스 발전 단지와 데이터센터 복합단지로 탈바꿈시키는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력 우선' 모델 도입… 330억 달러 들여 10GW 전력 자급 체계 구축


미국과 일본 정부 간 인프라 협력 기조 아래 일본 공적 금융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 프로젝트는 약 10기가와트(GW)의 전력을 자체 생산해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갖췄다.

10GW는 원자력 발전소 약 7~10기에 맞먹는 초대형 발전 용량이다.

기존 데이터센터 리츠(REITs)인 에퀴닉스(Equinix)나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가 부지를 매입한 뒤 전력망(그리드) 연결을 기다리다 전력난에 봉착하는 것과 달리, SB 에너지는 발전소와 저장 장치를 데이터센터와 패키지로 동시 구축하는 '전력 우선(Power-first)' 모델을 앞세웠다.

미국 전력망 송전 병목으로 송전망 접속에 수년이 걸리는 현실을 감안해, 현장에서 천연가스 터빈으로 직접 전력을 만들어 즉시 소비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싱가포르 리브라이트 파트너스의 에비하라 다케시 대표는 "차세대 AI 경쟁에서는 결국 컴퓨팅 자원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자원이 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의 자금 동원력은 다른 경쟁사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대규모 자본 집약적 인프라 시장에서 강력한 역발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스닥 상장 잠정 연기… '가동 실적 전무' 속 500억 달러 밸류에이션 논란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인프라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9월 SB 에너지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AI 관련 주의 변동성 확대와 기관 투자자들의 신중론으로 인해 상장 일정은 잠정 연기됐다.

투자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SB 에너지가 요구하는 약 500억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가 실체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SB 에너지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억 3,870만 달러에 불과했으며, 당기순손실은 무려 32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운영에서 나오고 있다.

계약된 총 데이터센터 용량 8.8GW 중 8GW가 오하이오 파이크턴에 집중되어 있으나, 현재 실제로 착공된 용량은 0.8GW에 불과하며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는 전무하다.

IPO 전문 리서치사 르네상스 캐피털의 에이버리 마르케즈 이사는 "현재 시장과 주관사들은 데이터센터 가동 실적이 없는 SB 에너지를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 아닌 넥스트에라 에너지나 AES 같은 전통 전력 유틸리티 기업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픈AI 단일 고객 쏠림과 엔비디아 순환 보증… "취약한 내부 거래"


특정 고객에 대한 위험 노출도 치명적이다.

오하이오 캠퍼스를 포함한 계약 용량의 대부분은 소프트뱅크의 핵심 포트폴리오 기업인 오픈AI(OpenAI)를 위해 배정됐다.

SB 에너지 스스로 증권신고서 위험 요인을 통해 "오픈AI의 인프라 지출 둔화나 재정적 부담은 회사 성장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여기에 엔비디아(Nvidia)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엔비디아는 SB 에너지에 최대 30억 달러를 지분 투자하고, 임차인인 오픈AI에 3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으며, 오픈AI가 임대료를 연체할 경우 최대 1,050억 달러(약 141조 원)를 대신 물어주는 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소프트뱅크-오픈AI-엔비디아로 이어지는 이 같은 삼각 거래 구조는 증시 소수 주주들에게 심각한 지배구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가스터빈 품귀·수질 오염 우려… 미 전역 45개 DC '올스톱'


현지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문제도 뇌관이다.

미국 내 전력 수요 폭증으로 GE 등 주요 제조사의 대용량 가스터빈 납기가 수년 이상 밀려 있는 데다, 파이크턴 현지에서는 냉각수 취수로 인한 지하수 고갈과 하류 하천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터 워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미국 전역에서 약 680억 달러 규모의 45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착공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전통적인 벤처캐피털 모델을 벗어나 수십조 원대 실물 전력망 구축이라는 전인미답의 길에 도전한 손정의 회장의 승부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글로벌 금융과 테크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