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39)] 게임 뚝, 자기주도 학습은 이렇게

공유
4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39)] 게임 뚝, 자기주도 학습은 이렇게

교정 곳곳에 봄꽃이 한창이다.

7교시, 정규 수업이 마무리되고 시작된 방과후학교 수업과 자기주도적 학습. 오늘은 월요일, 자기주도적 학습 2학년 지도 담당이다. 시작 종이 울리고, 국어실에 올라가니 조용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안녕하세요”를 짤막하게 속삭이며 자기주도적 학습에 여념이 없었다.
‘기특한 녀석들, 7교시 수업도 힘들었을틴디, 뭐, 저리도 할 것이 많다고 열심인지’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아 컴퓨터 시작 버튼을 눌렀다. 교사용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스마트폰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자. 여러분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입니다. 2시간 동안 오늘 배운 내용 복습하고, 내일 배울 내용을 예습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정말 예습, 복습이 공부가 쉬워지는 비결이 아닐까 해요. 기초에 충실하고 거북이 걸음으로 걷다 보면, 여러분이 만족하는 결과는 쉽게 다가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자유롭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중간 중간에 다녀오세요.”

“네”

이미지 확대보기
그렇게 자기주도적 학습은 30여분 진행되었다. 그런데 언제 다가왔는지, 해은이이와 주영이가 얼굴을 불쑥 내밀며, 오늘 배운 교과서 '정약용의 기예론'을 펼친다.

“쌤, 근게 고려시대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적 역사적 상황을 이해혀야 기예론의 이해가 쉽다고 혔잖어유, 근디 아무리 고려시대로 돌아가려고 해도 고것이 잘 안되는구먼유,”

“그래, 해은아, 주영아, 일부러 그 시대로 들어가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지식으로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면 어려움이 없을거야. 너희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소식(중국의 문장가)’과 같은 낯설은 인물들과 한자 중심의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일거야. 단어의 뜻을 먼저 익히면 재미있어 질거야. 어렵지 않고.”
“근디유, 쌤, 저기 남학생들 중에서 스마트 폰을 여그다 가져다 놓지 않고, 시방 몰래 몰래 게임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유, 저희는 아무 말도 안 혔시유.”

이미지 확대보기
해은이와 주영이가 자리로 돌아간 후 5분여를 나몰라라 하며, 창작과비평사에 보낼 원고를 작성하며,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닥을 주시하는 두 녀석이 보였다. 분명 그 두 녀석은 나의 눈을 피해, 믿음을 버리고 열심히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리라 판단되었다.

“두 친구, 스마트 폰 이리 주거라. 이러면 안 되지? 황금보다 귀한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에 말야. 모르긴 해도 40여분 게임을 즐긴 것 같은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음이니 한 번만 봐 주세요. 이런 말은 하지 않겠지?”

“죄송합니다. 지가 그만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게임에 빠져부렀네유. 다음부터는 조심허겄습니다. 쌤. 용서해 주이소.”

두 녀석은 어느새 최대한 죄송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더듬더듬 잘못을 인정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슬기롭다 할까? 잠시 고민했다.

“친구들, 잠시만 여기 주목해 줘유. 야그들 두 녀석이 폰으로 겜즐하다 잡혔는디 으쩔까유. 여러분의 판단에 맡길게요. 처음이니 한 번 봐 줄까요. 나와서 노래 한 곡 쫘악 뽑는 걸로 했으면 좋겄는디? 쌤 생각은, 여러분은 어떠유.”

“좋아요. 곰 세 마리를 랩으로 부르게 해 주세여. 잼 날 것 같아여.”

“좋아, 나오거라, 두 녀석, 한 녀석은 랩을, 한 녀석은 춤을 추는 거야. 알았제.”

“넵. 남자, 지들은 남자입니다. 자. 박수.”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큰 무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들만의 음악잔치는 그렇게 그렇게 랩과 춤으로 곰 세 마리의 재탄생을 가져왔다.

어찌 막으랴.

다른 아이들도 스마트 폰으로 검색도 게임도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싶지 않겠는가. 이런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오늘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조금 더 성장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게임 뚝, 자기주도적 학습은 이렇게......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