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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조용병號, 리딩컴퍼니 넘어 '퀀텀점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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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조용병號, 리딩컴퍼니 넘어 '퀀텀점프' 과제

"조직변화 리드할 적임자"…위성호 사장 후보직 사퇴

조용병 은행장 / 신한은행
조용병 은행장 / 신한은행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한동우 회장 후계자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낙점했다. 한동우 회장 체제가 '후계구도 안정화'를 위한 기항지 성격이 짙었다면, 차기 회장 체제의 항로는 리딩 컴퍼니를 넘어선 '퀀텀 점프'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인터뷰는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순으로 진행됐다.
회추위 관계자는 "조용병 후보는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거치면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며 "1등 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의 변화를 리드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과 성과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위성호 사장은 이날 면접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용병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찍부터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의 회장 추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왔다. 지난 2년간 그룹 맏형 격인 신한은행을 원만히 이끌어 온데다, 실적 측면에서도 '리딩뱅크' 위상을 공고히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조 행장의 경우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조직 안정을 이끌 적임자로 꼽혀왔다. 한동우 회장이 지난 2014년 고(故) 서진원 행장의 장기공석 당시 '조용병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인터뷰에 앞서 이상경 회추위원장도 "과거에 아픔(신한사태)을 겪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승계절차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회추위원끼리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반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경우 신한금융 부사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0년 불거진 '신한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한사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현 우리은행 사외이사)간 후계구도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비화된 사건이다.
최방길 전 사장의 경우 1951년생으로 한 회장(48년생)과 조 행장(57년생)으로 이어지는 후계 과정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지난 2012년 이후 4년 가까이 현직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돼 왔다. 이미 한동우-조용병 체제를 통해 신한사태의 그림자를 상당부분 걷어낸 점도 임추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한 회장 퇴진에 따른 과도기 체제가 일단락 되면서 차기 회장 체제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게 됐다. 내부적으로 보이지 않는 계파갈등의 잔재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함께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리딩뱅크 탈환'을 외치며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고,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발판 삼아 '1등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나금융도 탄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조직·영업부문에서 실험적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으로서는 이번 차기 회장 선임을 통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회장 체제는 이전과는 다른 수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행장의 회장 선임으로 공석이 되는 차기 신한은행장에는 임영진 경영지원 부사장과 김형진 전략기획 부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차기 신한은행장은 내달 신한금융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선정되며,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과 함께 공식 선임된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