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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AI, TF-50 앞세워 영국 훈련기 시장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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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AI, TF-50 앞세워 영국 훈련기 시장 '출사표'

보잉 T-7A 지연 속 '레드 애로우즈' 대체 가능성 부각
튀르키예 휴르젯 등 경쟁 치열…유로파이터 협력 변수
록히드마틴이 DSEI UK 2025에서 공개한 TF-50의 레드 애로우즈 도장 모형.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은 TF-50을 영국 공군(RAF)의 차세대 고등 훈련기 후보로 제안하며, 보잉 T-7A의 개발 지연으로 생긴 공백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글로벌 디펜스 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록히드마틴이 DSEI UK 2025에서 공개한 TF-50의 레드 애로우즈 도장 모형.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은 TF-50을 영국 공군(RAF)의 차세대 고등 훈련기 후보로 제안하며, 보잉 T-7A의 개발 지연으로 생긴 공백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글로벌 디펜스 뉴스

영국 공군(RAF)의 차세대 고등 훈련기 도입 사업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은 전 세계 7개국에서 250대 이상 운용하며 검증을 마친 T-50 플랫폼 기반의 TF-50을 앞세워 영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글로벌 디펜스 뉴스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튀르키예 또한 유로파이터 전투기 협력을 발판으로 HÜRJET(휴르젯)을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력 후보였던 미국 보잉의 T-7A 레드호크 개발이 늦어지면서 생긴 공백을 차지하려는 각축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검증된 T-50 기반…다목적 성능·신뢰성 강점


오랜 기간 T-50 고등 훈련기를 함께 개발해 온 KAI와 록히드마틴은 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T-50의 발전형이자 4세대 및 5세대 전투기 조종사 훈련에 최적화된 TF-50을 영국 공군의 차세대 고속 제트 훈련기로 공식 제안했다. TF-50은 고등 조종사 훈련은 물론 경공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성능을 갖췄으며, 이미 한국,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운용하며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F-16과 F-35 기술을 일부 적용한 T-50 계열 항공기는 FA-50 경공격기 버전을 포함해 다목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최신 블록 20 모델에는 노스롭 그루먼의 '팬텀 스트라이크' GaN 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록히드마틴은 90%를 웃도는 높은 가용성과 정비 용이성, 최첨단 훈련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 훈련 효율성을 TF-50의 핵심 강점으로 내세운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DSEI UK 2025'에서 TF-50 축소 모형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공군 곡예비행팀 '레드 애로우즈(Red Arrows)'의 상징인 붉은색 도장으로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행보는 TF-50이 단순한 훈련기를 넘어 레드 애로우즈의 노후 기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T-7A 지연이 재편한 경쟁 구도


이번 경쟁이 심화한 배경에는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보잉-사브의 T-7A 레드호크 프로그램의 개발 지연이 자리 잡고 있다. 미 공군 훈련기 사업자로 선정돼 기대를 모았지만, 핵심 소프트웨어 문제 탓에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영국을 비롯한 잠재 도입국들의 신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여러 경쟁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국 정부가 자국 항공우주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스타트업 에어랄리스(Aeralis)는 모듈식 재구성 개념의 신개념 훈련기를 제안하고 있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5와 M-346 또한 꾸준히 후보로 꼽힌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경쟁자는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이 개발한 휴르젯이다. 튀르키예는 최근 영국과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프로그램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휴르젯을 제안해 전략적인 상승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튀르키예 조종사들이 휴르젯으로 훈련한 뒤 곧바로 유로파이터나 F-35로 기종을 전환하는 훈련 체계를 갖춘다면 영국 공군과의 상호운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휴르젯은 이미 첫 수출 실적을 올리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유럽의 주요 유로파이터 운용국인 스페인이 휴르젯의 첫 도입국으로 결정된 것이다. 스페인 조종사들이 휴르젯으로 훈련한 뒤 유로파이터로 전환하는 경험은 영국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스페인이 자국 수요에 맞춰 휴르젯의 생산과 현지화에 참여하기로 한 점은 영국에 유연한 산업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