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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은 왜 하필 지금 G3·LG사이언스파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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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은 왜 하필 지금 G3·LG사이언스파크일까?

중국 은나라 재상이었던 부열이 임금이었던 고종에게 “모든 일은 다 그 갖춘 것이 있는 법이니, 갖춘 것이 있어야만 근심이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한 말이 오늘날 우리나라 재계 4위인 LG그룹 구본무 회장에게도 투영돼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끈질기고 철저하게 실행해야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 선도를 이룰 수 있다”는 말로 부활한 모습이다. 구본무(사진) LG그룹 회장이 최근 ‘LG사이언스파크’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경영철학인 ‘선도경영’과 ‘인재경영’이라는 날개를 다시 펼치고 있는 것.

그 일환으로 구 회장은 최근 새로운 ‘정공법’을 들고 나왔다. 바로 ‘투자’다. 그의 투자 방식은 ‘돈’도 있지만 ‘사람’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 투자는 곧 LG그룹의 미래와도 연결되고 있다.
이와 관련 LG그룹은 최근 4조원을 들여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대단위 R&D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를 짓는다. 이미 LG그룹은 평택에 LG전자 금형기술센터, 서울 양재동에 LG전자 서초R&D캠퍼스를 건립한 바 있다. 이 역시 구 회장의 결단에서 이뤄진 것이다.

구 회장은 “LG가 2020년까지 약 4조원을 투자할 ‘LG사이언스파크’는 전자, 화학, 통신 그리고, 에너지와 바이오 등 다방면의 두뇌들이 모여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융·복합 연구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구 회장의 현실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는 구 회장이 “지금과 같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어지는 상황에서, 이전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한 대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 이는 내년도 세계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세계 교역량이 경기에 비해서도 미약한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는 구 회장의 판단에 기인한다.

과거에는 고성장에 힘입어 다 같이 성장했으나 이제는 시장 경쟁이 제로섬 게임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장선도’를 통해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유효한 방식이 R&D 투자와 인재육성이다.

구 회장은 “LG 역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을 융·복합해 차별적인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려면,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 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어 창출을 통한 선도경영이 곧 인재경영이라는 것.

구 회장이 언급한 ‘LG 사이언스 파크’를 서로의 지식을 모으고 녹여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곳에 들어오는 LG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학계와 지역 사회 등, 여러 외부의 지식과 역량을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엮어내는 ‘창조 경제’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는 말로 ‘LG 사이언스 파크’가 단순한 단일 기업의 R&D센터가 아님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구 회장의 선도경영과 인재경영 의지는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월 중순 국내 대학 석·박사급 R&D인재 500여명을 초청한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참석, 참가자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R&D인재 채용에 직접 나서는 등 시장선도를 위한 R&D인재 확보와 육성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구 회장은 “한 발 앞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철저한 시장선도 관점의 원천기술 R&D를 강조하기도 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0월 초 가진 ‘10월 임원세미나’에서도 “시장선도를 위해 아무리 좋은 전략을 세우고 혁신적인 생각을 해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도 ‘LG 사이언스 파크’ 패러다임의 근간이 되는 셈이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7월 임원세미나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은 빠르게 성장하는 곳에서 차별화된 고객 가치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앞장서서 주력해야 할 분야와 시장을 제대로 선택하고 선도상품을 만들어 고객이 찾도록 하는데 자원을 집중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앉으나 서나 ‘선도경영’ 밖에 없는 구 회장이다.

일상적인 매출 증대나 원가 절감 수준을 넘어 시장선도 제품의 출시와 같은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다시 한 번 공감대를 형성하고, 혁신을 통해 고객의 삶을 바꾸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게 구 회장의 생각이다. LG그룹의 인재경영도 선도경영과 함께 떼려야 뗄 수없는 구 회장의 미래 어젠다다.

구본무 회장은 ‘인재경영’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의 대를 이어오고 있다. 구 회장이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장남이자 2대 회장인 구자경 LG 명예회장(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에 이어 지난 1989년부터 대학 지원 사업 등은 물론 해외 인재 채용 행사 등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 이번 ‘LG 사이언스 파크’ 구축에도 구 회장의 인재경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렇게 구 회장이 올해 선도경영과 인재경영을 올해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LG그룹은 지난 1999년 LIG그룹과 2005년 3월31일 LG그룹 소속 4개 계열사가 ‘GS’라는 이름으로 계열 분리해 나 간지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고 있다. 따라서 구 회장은 올해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LG그룹은 현재 60여개 안팎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LG그룹은 사업 초창기부터 전자ㆍ정보통신, 화학 분야와 함께 통신도 집중 육성해왔다.

LG그룹의 전신이자 근간인 금성사는 1959년 진공관 라디오를 생산한데 이어 1960년 선풍기, 1965년 냉장고, 1966년 흑백텔레비전, 1967년 에어컨 생산 등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며 국내 전자 사업 등을 선도해왔다. 누가 뭐래도 LG그룹은 우리 전자, 화학 등의 산업 발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LG그룹은 또 다른 전환점에 섰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지난 2009년 2분기 1조243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은 1년 후인 지난 2010년 2분기에는 1262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두고 시장 일부에서는 LG전자의 ‘위기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 경영진 등을 교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LG전자는 지난해에 매출 58조1404억원과 영업이익 1조2847억원을 기록하는 등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LG전자는 전자 및 통신 계열사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3분기 'LG 트리오'의 호실적을 견인하기도 했다. 효자는 전략 스마트폰 'G3'의 파생 효과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G3’을 내세워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가고 있는 LG다. ‘G3’의 교훈은 역시 창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이고, 이는 구 회장의 기술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 귀결되고 있다. 이를 오래 전부터 신념처럼 갖고 있던 구 회장이 현재의 변화무쌍한 글로벌 환경에서 ‘LG 사이언스 파크’를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새로운 전환점에 서 선택한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한다’는 구 회장과 LG그룹의 역발상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