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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통상 임금 소송이유? 정부·사법부 해석 불일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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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통상 임금 소송이유? 정부·사법부 해석 불일치 때문"

응답기업 평균 2.8건·최대 18건 통상임금소송 중…패소시 피해 막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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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올해 하반기 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통상임금 소송이 떠오른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은 통상임금 소송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정부와 사법부의 해석이 다른 점을 꼽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소송의 최대 쟁점으로는 신의성실원칙(이하 신의칙), 고정성 등 개념과 관련한 문제가 꼽혔다. 이를 해결하려면 관련 정의를 명확히 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신의칙, 고정성에 대해 구체적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종업원 450인 이상 기업 중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통상임금 소송이 발생한 주요 원인을 묻는 질문에 40.3%가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 범위 불일치'를 꼽았다. 이어 28.4%가 '고정성, 신의칙 세부지침 미비'를 꼽았고 26.9%는 '통상임금을 정의하는 법적 규정 미비'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법원 판례와 정부 행정해석의 불일치로 인해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사 간 혼란이 가중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은 통상임금 갈등의 해결방안으로 '통상임금 정의 규정 입법'(30.4%)을 꼽았다. 뒤이어 '신의칙, 고정성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27.5%), '소급분에 대한 신의칙 적용'(27.5%), '임금체계 개편'(14.6%) 등으로 답했다.

신의칙은 법률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근대사법의 대원칙이다. 모든 법 영역에 적용될 여지가 있는 추상적인 일반규범으로 분류된다.

고정성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된 성질을 뜻한다. 두 개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으로 '소급지급 관련 신의칙 인정 여부'(23개사, 65.7%)가 꼽혔다. 10개 기업(28.6%)은 '상여금 및 기타 수당의 고정성 충족 여부'라고 응답했다.

신의칙이 쟁점이 된 이유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묵시적 합의나 관행에 대한 불인정'(32.6%), '재무지표 외 업계 현황, 산업특성, 미래 투자 애로 등에 대한 미고려'(25.6%), '경영위기 판단 시점(소송제기 시점 또는 판결 시점)에 대한 혼선'(18.6%) 등이 꼽혔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는 29개사(82.8%)가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82.8%)’이라고 답했다. 또한 '인력 운용 불확실성 증대(8.6%)', '유사한 추가 소송 발생(8.6%)' 등을 우려한 기업도 있었다.

이 기업들이 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부담해야 하는 지연 이자, 소급분 등 비용을 합산하면 최대 8조3673억원(응답 기업 25개사)에 이른다.

이는 해당 기업의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3%에 해당한다. 기업별로 50%를 초과하는 기업이 4곳, 35∼50% 6곳, 20∼35% 9곳 등이다.

또한 패소 판결에 따라 소송에서 제기된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예상되는 통상임금 인상률은 평균 64.9%로 조사됐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 정리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정의 규정 및 신의칙 인정 관련 세부지침 미비로 인해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등에 대한 세부지침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의칙 인정 여부는 관련 기업의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장 환경, 미래 투자 애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