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EB 발매 기간이 고베제강 경영진이 사태의 문제를 파악한 시기와 교묘하게 겹쳤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발행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본 증권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 시간) 전했다.
EB의 경우 설정된 기간 동안 단 한번이라도 주가가 '녹인' 가격을 밑돌았을 경우, 최종 평가일에 주가가 전환 가격 미만이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현금 조정에서 반환되는 구조다. 따라서 금리는 높지만 주식 전환 시 평가 손실을 안고 있는 등 위험이 높은 금융 상품이다.
제4증권이 다룬 고베제강 EB의 경우, 녹인 가격은 고베제강 주식의 9월 11일 종가 1333엔을 25% 밑도는 999엔으로 설정됐다. 알루미늄 구리 제품 등의 검사 데이터 조작이 발각되기 전인 10월 6일 주식의 종가는 1368엔으로 단기 최고점을 찍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8일 자사의 스캔들 발표를 거쳐 주가는 사흘 뒤인 11일 878엔까지 급락했다. 발행 후 불과 1개월 만에 녹인 가격을 밑도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결국 최저 주가는 전환 가격 1333엔을 30% 이상 하회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베제강 경영진이 데이터 조작 문제를 둘러싸고 현장의 관리직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날짜가 8월 30일이다. 공표까지 40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대체 고베제강은 왜 EB 매매를 유지하면서 발표를 미뤄왔을까. 물론 투자 여부는 본인의 책임이지만, 발매 기간 동안 고베제강이 어떤 알림이나 경고를 했다면, 판매 중지의 가능성도 있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손실을 안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고베제강이 모든 상황을 알고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벌며 발표를 미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만약 고베제강 측이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정황이 가시화될 경우 다카타 스캔들에 이은 일본 기업 최대의 추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