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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시대 '피의 숙청' 희생자 집단매장지 새로 확인…6,000명 이상 묻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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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시대 '피의 숙청' 희생자 집단매장지 새로 확인…6,000명 이상 묻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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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러시아의 역사학자와 고고학자 팀이 최근 나치 독일 나치의 폭격기조종사가 찍은 사진을 근거로 구소련 시대에 독재자 요시프 스탈린(Joseph Stalin)의 비밀경찰에 의해 사살된 사람들의 시신이 대량으로 묻힌 장소를 특정했다.
모스크바 남서부 콤뮤나르카(Kommunarka) 지역에 있는 시신의 대량매장지가 처음 공개된 것은 옛 소련 붕괴직전 소련국가보안위원회(KGB)가 문서기록을 공개했을 때였다. 그곳은 스탈린의 비밀경찰이었던 내무인민위원부(NKVD)가 1930년대 모스크바에서 사용하던 3곳의 처형장 중 하나였다.

역사학자들은 1937~41년 사이 최소 6,609명이 사살됐고, 콤뮤나르카의 집단매장지에 시신이 묻힌 것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이 지역의 숲은 과거 NKVD 장관이었던 겐리프 야고다(Genrikh Yagoda)가 별장지로 사용했다. 하지만 야고다 자신도 스탈린정권과 충돌해, 1936년에 해임됐고 1938년에 사살되었다. 그 시신도 콤뮤나르카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 시신의 대량매장지는 희생자유족들이 추모비를 세운 삼림 내 일획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현재까지 매장장소를 오인하고 있었다고 생각한고 있다.

굴라크(Gulag)로 불리는 강제노동수용소 역사를 다루는 굴라크 역사박물관(Gulag History Museum)의 관장이며 이번 조사를 공동지휘한 로만 로마노프(Roman Romanov)에 따르면 콤뮤나르카에 대한 본격적인 고고학조사는 지금까지 전혀 없었으며 버섯 따는 사람들 정도만 오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스탈린 시대의 더 큰 처형장이었던 모스크바 부토보(Butovo) 지구와 비교하면 콤뮤나르카에서의 조사규모는 작다. 그러나 콤뮤나르카에 새로운 추모시설을 설치하면서 역사학자들은 시신이 묻혀 있는 정확한 장소를 찾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조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은 1942년 나치전투기 조종사가 공중 촬영한 사진이었다. 이 때는 매장장소가 갓 생겼을 때로, 이 사진으로 당시 부근 일대의 나무높이를 확정할 수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이들 나무 중 일부는 시신이 막 묻힌 곳에 심어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NKVD가 처형흔적을 지우기 위해 자주 쓰던 수법이다. 이어 조사는 희생자 시신이 실제 묻힌 구멍으로 옮겨졌다.

스탈린 시대의 범죄에 대해 기록과 실증을 벌이고 있는 인권단체 메모리얼(Memorial)의 간부 얀 라친스키(Yan Rachinsky)에 따르면 1937~38년 스탈린에 의한 대숙청에서는 모스크바에서만 3만여 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시대에 짧은 기간이지만 정보가 공개돼 KGB가 스탈린 시대의 희생자에 관한 자료를 언론인과 메모리얼로 보내왔다고 그는 말했다.

사살된 뒤 곧바로 콤뮤나르카에 묻힌 사람들 중에는 정부 고위관료나 과학자도 포함돼 있었다. 라친스키 씨는 “몽골정부(의 관계자)는 거의 산채로 거기에 묻혔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몽골은 소련의 위성국이었다. 또 발트 삼국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의 정부관계자 상당수도 1940년대 소련에 점령당한 뒤 이곳에서 처형됐다.

하지만, 라친스키 씨에 의하면 러시아의 치안당국이 구소련 시대의 자료공개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컴뮤나르카에 유기되었다고 생각되고 있는 1,000명 이상이 아직 신원불명인 채 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 당국은) 갑자기 우리에게 파일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었으며, 현재 러시아 당국은 소련 시절의 범죄폭로에는 무관심하다”고 비난한다.

반면 굴라크 역사박물관의 로마노프 관장은 낙관적이다. 얼마 전 모스크바 중심부에 정치탄압 희생자를 추모할 시설이 생겼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로마노프 씨는 모스크바 이외 지역도 콤뮤나르카의 긍정적인 선례에 이어 스탈린 시대의 희생자 대량매장지인 정확한 위치를 지정해 달라고 말한다. 그런 장소는 여전히 비밀이다. 어디에 시신이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큰 숲 속에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밖에 모른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