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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노후 벨기에원전 잇단 사고발생에 “제2의 후쿠시마 되나” 주변국들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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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노후 벨기에원전 잇단 사고발생에 “제2의 후쿠시마 되나” 주변국들도 긴장

벨기에의 노후 원전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변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의 노후 원전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변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벨기에경찰은 최근 5년 전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있는 남자의 몽타주를 공표했다. 엄격한 출입규제가 있는 원전이라는 폐쇄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을 둘러싼 이례적인 공개수사는 내부협력자가 관여하는 테러 등에 대한 안전대책의 어려움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 고의로 터빈손상 누가, 무슨 목적으로?

사건은 2014년 8월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북부의 돌(Doel) 원전 4호기에서 누군가가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 증기터빈의 윤활유를 빼는 바람에 원자로가 자동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호기는 5개월 가까이 운전정지를 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자는 손상된 터빈의 복구비 등을 포함해 1억 유로(약 1,287억 원)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경찰은 이달 5일 홈페이지를 통해 1장의 초상화를 발표했다. 백인 남성이며 안경이나 작업용 고글을 쓰고 있었다는 사건 직후의 의심스러운 정보에 근거해 그려진 것이다. 이 타이밍의 공개는 검찰의 요구에 응한 것이다.

경찰 발표문에 따르면 사고를 일으킨 인물은 정규절차를 거쳐 규제구역에 들어간 전력회사나 하도급업체의 종업원일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뢰를 받은 작업원에 의한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발표문에서는 터빈실로 들어가는 문 열쇠 근처에 실리콘이 주입되어 있던 새로운 사실도 분명히 했다. 현장을 출입하기 쉽게 하기 위해 문을 닫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원자로 건물에서는 통상 입·퇴장 기록이 관리된다. 하지만 구내는 넓고 일도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원끼리 얼굴을 모르는 일은 드물지 않다고 하며 경찰은 “어떤 작은 정보라도 제공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지 유력지 ‘스탄 다르트’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사건이 일어난 터빈 실에 접속이 가능한 56명을 선정해 전원에 대한 청취를 거듭했다. 이 신문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직접 목격자나 감시카메라의 화상이 없는 한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당국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의하면 수사에는 테러대책 부문도 추가되었다. 현재는 테러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동기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 인근 국가도 노후 원전 운전정지 요구

사건 이후 벨기에의 원자력 규제당국은 국내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에서 감시카메라 증설 외에 작업원증의 등록시스템의 엄격화, 원자력발전 내의 특정구역에 그룹으로 입실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했다. 2015년 파리테러 등 유럽 각지에서 계속된 테러로 사업자는 경찰과의 협력을 강화했고 군 병력도 사업자의 경비와 별도로 국내 원자력시설의 경계를 펴고 있다.

벨기에의 원전은 돌(Doel) 과 남부 티안주의 2곳에 모두 7기가 가동하고 있으며 국내 총 발전 전력량의 5할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잦은 트러블이나 사건이 겹치면서 국외에도 불안을 퍼뜨려 왔다.

2016년 3월 수도 브뤼셀의 지하철과 국제공항이 표적이 된 동시테러에서는 실행그룹이 원자력 연구시설의 기술자의 행동을 몰래 찍은 영상이 발견되면서 원전을 노린 테러가 현실의 위협임을 각인시켰다. 돌 원전에 드나들던 인부 두 사람이 내전 당시 시리아로 잠입해 과격파 조직 ‘이슬람 국가’(IS)의 전투원이 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 돌과 티안주 두 원전은 운전이 개시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시설로 압력용기에 다수의 균열이 발견되면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 지자체에서는 운전정지를 요구하는 반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인접국의 운전정지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지만 2022~2025년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지할 방침이다. 가스·화력발전소나 해상 풍력발전의 증설로 원자력발전 폐쇄에 따른 전력생산량 부족을 보완을 할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전력업계에서는 그 과정에서 전력부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벨기에에서는 지난해부터 중대한 원자력사고에 대한 대비책으로 국내의 거의 전역에서 갑상선 피폭을 억제하는 요오드제의 무료배포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원전 20㎞ 권내에 한정했던 배포 대상지역을 100㎞ 권내의 어린이나 임산부 등으로 확대하고 대상이 아닌 사람도 희망자에게는 약국에서 무료배포하고 있다.

규제당국은 노후 원자로를 포함한 원전의 ‘안전’을 강조해 온 만큼 이 대응은 억측도 불렀지만 정부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교훈에 기초한 것으로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