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기반 '양자 번역기', 마이크로파와 빛 신호 95% 효율로 변환
장거리 양자 통신 핵심 난제 해결…정보 전송의 패러다임 변화 예고
해킹 불가능한 통신·초강력 컴퓨팅 등 미래 기술 상용화 기대
기존 칩 제조 기술 활용 가능해 대량 생산 및 네트워크 통합 용이
장거리 양자 통신 핵심 난제 해결…정보 전송의 패러다임 변화 예고
해킹 불가능한 통신·초강력 컴퓨팅 등 미래 기술 상용화 기대
기존 칩 제조 기술 활용 가능해 대량 생산 및 네트워크 통합 용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실리콘 칩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두 에너지인 마이크로파와 빛 신호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으로 변환하는 '양자 번역기' 역할을 해내면서다.
양자 인터넷의 꿈: 끊김 없는 통신을 위한 혁신
29일(현지시각) 과학 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UBC 연구진이 개발한 이 실리콘 칩은 마치 만능 번역기처럼 작동해, 양자 컴퓨터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마이크로파 신호와 장거리 통신에 주로 쓰이는 빛 신호(광자)를 완벽하게 변환한다. 이 칩은 양자 신호의 최대 95%를 양방향으로 변환할 수 있으며, 변환 과정에서 잡음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UBC 블러슨(UBC Blusson) 양자물질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 모하마드 칼리파는 "거의 모든 단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며, 배경 잡음은 넣지 않는 번역가를 찾은 것과 같다"라고 이번 혁신의 의미를 설명했다. 칼리파와 그의 팀은 이 기술이 언젠가 양자 인터넷의 꿈을 실현하여 정보 전송을 현재 우리가 가진 어떤 것보다 더 안전하고, 빠르고, 훨씬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까다로운 양자 통신, 실리콘 칩이 해법 제시
양자 통신은 매우 까다로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양자 컴퓨터가 사용하는 마이크로파 신호는 장거리 케이블을 통해 잘 전달되지 못하고 흡수되어 손실된다. 반면 인터넷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빛 신호를 전송한다. 양자 인터넷이 작동하려면 마이크로파 신호를 광 신호로, 또는 그 반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신호가 전달하는 취약한 양자 정보가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변환 과정에서 아주 작은 교란이라도 발생하면 얽힌 입자들 사이의 양자 연결이 파괴되어 데이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실험 장치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지만, 대부분은 잡음이 너무 심하거나 양방향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복잡한 실험실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한계가 있었다. UBC 연구팀은 실리콘 내부에 미세한 자기 결함을 추가하는 기발한 기술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장치는 일반적인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실리콘 칩을 사용하지만, 의도적으로 자기 결함을 넣어 특정 지점에 전자를 가둔다.
양자 컴퓨팅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 신호와 통신에 사용되는 광 신호를 갇힌 전자의 에너지 준위에 맞춰 정밀하게 조정하면, 전자는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고 상태를 반전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칩은 메신저 역할을 하여 한 유형의 신호를 다른 유형의 신호로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변환할 수 있다. 이 칩은 거의 추가 잡음 없이 최대 95%의 신호를 변환할 수 있으며, 이는 이전 시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성능이다.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칼리파는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장치가 멀리 떨어진 입자들 사이의 양자 연결을 보존하고 양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없다면 값비싼 개인용 컴퓨터만 필요하겠지만, 이 장치를 사용하면 진정한 양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칩은 백만분의 1와트(W)의 전력만으로 작동하는 매우 높은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 안정적이고 양자 친화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이 설계는 저항 없이 전기를 전달하는 초전도 물질을 사용한다.
양자 인터넷, '꿈'에서 '현실'로 향하는 길
이러한 접근법은 아직 이론적인 단계이지만, 제안된 칩 설계는 장거리 양자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중요한 진전을 보여준다. 이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있는 양자 컴퓨터들이 기존 시스템이 따라올 수 없는 방식으로 얽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해킹이 불가능한 인터넷 통신, 실내 GPS 시스템, 새로운 약물 설계 또는 복잡한 자연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위한 초강력 컴퓨팅 도구가 개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팀의 노력은 기반을 다졌지만, 이제는 칩을 물리적으로 제작하고 테스트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연구 저자 중 한 명이자 UBC 조교수인 조셉 살피는 "내일 당장 양자 인터넷을 구축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연구로 큰 난관이 해결되었다"며, "현재 도시 간에 양자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데, 우리의 접근 방식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설계가 실현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제안된 장치가 기존의 칩 제조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시스템을 재구축하지 않고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오늘날의 광섬유 네트워크에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