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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기는 기회다]유통업계 해외브랜드 M&A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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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위기는 기회다]유통업계 해외브랜드 M&A 러시

[글로벌이코노믹=주진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롯데 등 일부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업체들까지 위기를 기회라 판단하고 해외 기업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패션, 유통, 식음료 등 핵심 전략사업 위주로 해외 '알짜'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려 하는 등 활로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유럽등지의 경제침체로 유명글로벌브랜드들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급성장중인 한국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접촉을 하고 있어 앞으로 이지역의 기업M&A는 더늘어날 전망이다.

▲ 이랜드, 中 완다그룹과 전략적 제휴(왼쪽). LG패션, 美 스포츠브랜드 버튼(BURTON) 론칭(오른쪽)

◇ 패션업계 "명품 브랜드 인수… 지금이 기회"

최근 국내 패션업체들이 유럽의 명품 브랜드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자 재빠르게 인수 작업에 나선 것이다.

중견패션업체인 신원그룹은 지난 15일 이탈리아 현지법인인 'S.A 밀라노'을 통해 현지 명품 브랜드인 '로메오 산타마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신원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창립 39주년 만에 처음이다.로메오 산타마리아는 1947년 밀라노 비아메데기노 지역에서 출발한 명품 피혁 브랜드로 1,500만~3,000만원에 이르는 최고급 악어가죽과 타조가죽을 이용한 핸드백 제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신원은 가죽 핸드백 제품 외에 소형 액세서리, 선글라스, 구두 등을 제품군에 추가해 로메오 산타마리아를 종합 명품 잡화 브랜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시키는 등 2017년까지 전 세계 150개 유통망을 확보하고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랜드는 2010년부터 라리오(이탈리아) 벨페(이탈리아) 피터스콧(영국) 등 세 개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록 캐런 오브 스코틀랜드(스코틀랜드), 만다리나덕(이탈리아) 등을 인수했고 올해도 코치넬리(이탈리아)를 인수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피혁가방 브랜드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를 인수했다. 제일모직이 명품 브랜드를 통째로 인수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콜롬보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직접 지분 인수를 위해 공을 들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모직은 콜롬보의 상품군을 가죽 제품 외에 선글라스, 구두, 의류 등으로 확대해 2013년에는 명품 수요를 주도하는 중국, 홍콩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해외 매장 100개, 매출 30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LG패션도 최근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현지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 브랜드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0년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패션업체인 EXR코리아는 지난해 9월 프랑스 브랜드 '카스텔 바작'을 인수했고, 태진인터내셔널은 2006년 프랑스 베르사유에 본사를 둔 루이까또즈를 인수해 세계적 명품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2005년 독일계 패션기업 MCM 프로덕츠 AG의 지분 100%를 인수한 성주그룹역시 또다른 유럽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003년 세계 4대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인 이탈리아 휠라그룹 본사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에는 세계 1위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아큐시네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아큐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미국 골프공 시장점유율 약 70% 차지), 풋조이(미국 골프화 시장점유율 50% 이상, 골프장갑 70% 이상), 스카티 카메론(Scotty Cameron) 퍼터, 보키(Vokey)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를 앞세운 휠라 브랜드의 해외 성장성은 갈수록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퍠션기업들이 유럽 명품 브랜드에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브랜드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판권을 계약하는 것보다 아예 인수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다.

더불어 유럽 장인들의 기술까지 흡수함으로써 기술력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 명품브랜드 인수는 중국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 자체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중국인들에게 인지도 높은 유럽계 브랜드를 인수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국내 패션업체들의 해외 브랜드 인수전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 롯데마트 옌지아오점 오픈(왼쪽). 인산인해 이룬 롯데마트 베트남 2호점 (오른쪽)

◇ ‘식품 유통업계 강자’ 롯데, 해외M&A 독식



롯데그룹은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외M&A 시장을 공략해

세계의 식품, 유통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2007년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를 1,61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엔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1,700억원에,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도 3,900억원에 인수했다.

2009년 역시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를 7,327억원에, 2010년에도 중국 럭키파이(1,500억원), 파키스탄 제과업체 콜손(200억원) 등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GS샵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도 합작이나 지분 투자 형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다.

식품업계 매출 1위 CJ는 2005년 미국식품기업 애니천 인수 성공을 발판으로 오는 2013년 해외 비중을 50%까지 높인다. 지난 2009년 2조1400억원이던 해외 매출액을 5조원까지 늘리고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음료 프랜차이즈 ‘스무디킹’으로부터 국내 영업권을 얻어 사업을 하던 ‘스무디즈코리아’는 이달 초 미국 ‘스무디킹’을 5000만 달러(약 570억원)에 인수했다. 스무디즈코리아는 "창업자인 스티브 쿠너(61)로부터 ‘본사를 맡아 중국·동남아까지 사업을 넓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스무디즈코리아는 앞으로 2017년까지 미국 1500개, 한국 150개 매장을 더 내고 중국·싱가포르를 포함한 5개국에 새로 진출해 총 30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스무디킹은 미국에 550개, 한국에 140개 매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