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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아시아 금융 위기 다시 오나…인도·태국·대만 통화 모두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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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아시아 금융 위기 다시 오나…인도·태국·대만 통화 모두 약세

일본과 대만이 지난 3월 금리를 올렸으나 통화 가치는 모두 하락했다. 사진은 엔화 동전과 1만 엔 짜리 지폐.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과 대만이 지난 3월 금리를 올렸으나 통화 가치는 모두 하락했다. 사진은 엔화 동전과 1만 엔 짜리 지폐. 사진=AFP/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가 루피아 방어를 위해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아시아에서 다음 조치를 취할 국가에 대한 예상에 분주하다.
2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 일본,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그리고 인도의 통화들이 모두 달러 대비 다년간 가장 낮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주 인도네시아가 예상치 못한 통화긴축을 단행한 것은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 고심하는 중앙은행들의 불안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아시아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거나 자유낙하 중인 환율을 보호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HSBC 홀딩스의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 프레데릭 노이만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은 확실히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들을 놀라게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안정되고 있지만 추가적인 달러 강세의 유령은 이 지역의 중앙은행들을 수세에 몰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몇 달 동안 주택 위기, 부진한 성장, 위안화 약세와 싸우고 있는 동안, 필리핀과 같은 국가들도 금리 인하 전망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시기에 대한 베팅을 뒤로 미룬 후 상황이 바뀌었다.
연준이 덜 비둘기파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아시아 대비 미국 달러화 수익률 상승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해 현지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아시아 각국은 이미 1997년 금융 위기라는 뼈아픈 교훈을 겪은 바 있다.

일본과 대만은 모두 3월에 금리를 인상했지만 이후 통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엔화는 이번 주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5달러를 넘어 약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25일 루피아화는 0.4%나 폭락하여 앞으로 더 긴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태국 은행은 24일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정책 입안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세계 및 국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4월 정책 검토에서 8% 이상의 성장률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을 뒤로 미루는 등 매파적인 어조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구두 경고에서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책 당국자들이 기업들에게 해외 수익을 전환해 달라고 간청하는 등 아시아 각국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은 모두 자국 통화를 지키기 위해 개입했다.

BNY멜론의 수석 아시아 태평양 시장 전략가인 위쿤 총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지 않는 한 중앙은행들이 첫 번째 대응으로 금리 대신 외환시장 개입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